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노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역균형발전의 대안(代案)을 모색하겠다고 하면 된다. 그러지 않고 헌재 결정에 이의(異議)를 제기하거나,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모호한 꼬투리를 달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재의 최종심판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자체가 헌법 훼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것이 민의(民意)다.
마침 여권 안에서도 자성론(自省論)이 나오고 있다. “국민 전체보다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를 해오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한 여당 의원의 지적이 그것이다. 집권수뇌부는 이런 내부 반성을 공유(共有)하고 행동으로 수렴해야 한다.
사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가장 큰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 수도 이전이나 ‘4대 입법’ 추진과정에서 보듯 여론과 동떨어진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이 국가적 혼란과 손실, 소모전을 불렀고,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국정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졌다. 헌재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은 대통령의 이 같은 ‘게임 정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봐야 한다.
지금 대통령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우리가 옳으니 물러설 수 없다는 ‘독선과 오기’가 아니라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설 줄 아는 용기와 자기절제다. 법치(法治)를 존중하고 민의에 충실히 따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다음 정략이 개입되지 않는 열린 논의로 야당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의 현실적 청사진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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