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무원들이 신규임용이나 재교육을 받을 때 중앙 공무원교육원에서 배우는 ‘기자 상대 요령’ 제1원칙이다. 기자를 너무 가까이 해서도 너무 멀리 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이 하는 일을 캐내려는 기자의 집요한 취재 공세는 껄끄럽다. 하지만 홍보의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큰 만큼 각자가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총론(總論)’을 토대로 나름대로 ‘각론(各論)’을 숙성시키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일반적인 공무원의 태도는 ‘모르쇠’형. 이것저것 설명할 필요 없이 “모르겠다”로 일관하며 취재 자체에 아예 응하지 않는 경우다.
설명은 많이 해 주지만 듣고 돌아서면 정작 알맹이가 없는 ‘빈수레형’도 많다.
“이거 기사화되면 매우 곤란하다”며 간절히 비는 ‘읍소형’도 종종 눈에 띈다. 민감한 사안을 취재할 경우 학연 지연 등을 거론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려는 ‘연고 중시형’ 읍소도 있고, “다음에 더 큰 건을 줄 테니 이번은 참아 달라”는 ‘조건 제시형’ 읍소도 있다.
출입기자단 대신 개방형 브리핑제로 기자실 운영 방식이 바뀐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들에게는 또 하나의 합법적인 기자 회피요령이 생겼다.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 기자가 취재에 나서면 “공보관실을 거치세요”라는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기자가 각 실국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새로운 취재원칙에 빗나간다며 기자의 취재의욕에 제동을 거는 경우도 있다. 통일부의 한 고위간부는 장·차관실이 있는 4층 복도에서 어쩌다가 기자와 마주치면 “왜 기자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냐”고 정색을 하기도 한다. 공무원들의 기자 회피는 오래된 일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그 정도가 한층 심해지고 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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