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美 유권자들 ‘선거前 불안증세’ 시달려

대선이 초(超)박빙의 구도로 이어지면서 미국 유권자들이 선거 전(前) 불안증세(PEAD)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 워싱턴 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인의 삶을 바꿔놓은 9·11 테러와 이라크전쟁이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났다. “더 이상 유권자의 무관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PEAD는 지지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떨어지는 악몽을 꾸거나 잠을 설치고 지지 후보가 낙선하면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한편 자신의 표가 집계에서 제외되는 건 아닌가 우려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 신문은 정치인의 상호비방이 이런 증상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지지자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테러전쟁에 반대한 프랑스에 ‘유약한 정책’을 펴고, 결국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대권이 넘어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

민주당 지지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집권은 전쟁의 연속이며, 경제는 봉건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교수는 “두 후보가 상대방을 괴물로 묘사하고 공포심을 지지세력 결집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