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용웅]신행정수도 합리적 추진을

  • 입력 2004년 11월 4일 18시 46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한 모든 사업의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권 차원에서 추진되던 국가사업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국가적 혼란과 지역주민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헌재 결정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다. 합헌의 테두리 안에서 신행정수도 건설과 이를 통해 목표했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실현하고 주민의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헌재 결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헌재 판결이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부인한 것으로 오해하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헌재 판결은 신행정수도 건설의 역사적인 당위성과 시대적인 필요성,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정당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헌재의 결정을 신행정수도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논거로 삼고 있다.

이는 명백히 헌재 결정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헌재의 권위와 국민적 신뢰를 훼손하며 헌재와 국민을 이간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헌재 결정 이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가 여전히 중요한 국정과제이자 목표이며 이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다짐이 위헌 결정을 이유로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 자체를 포기하는 방향이라면 그동안 정부정책을 신뢰하고 순응해 온 국민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은 대선과 총선이라는 정치적 검증 과정을 거쳤고 국회의 적법한 입법 절차에 의해 결정돼 합법적으로 추진한 국가의 핵심 정책이다. 대통령이 먼저 공약했으며 그 뒤 정치권이 합의한 것으로 충청도민이 요구한 사항이 아니었다. 그런데 헌재의 위헌 결정을 빌미로 슬그머니 신행정수도 건설을 포기한다면…. 선량한 지역주민을 들쑤셔 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신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 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정책이다. 정권이 앞장서고 정치권이 공동 노력해 헌법 개정이든 국민투표든 ‘합헌’의 테두리 내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계속 추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나 정부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포기하고 임시방편적 대안으로 국민을 호도하려 한다면 이는 정책 추진에 대한 책임 회피이고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의 폐지에 따른 손실과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과 난개발을 방치할 것인가. 끝없이 침체돼 가는 지방을 그대로 두고 국가 발전이 가능하겠는가. 지난 40년 가까이 정부기관 기업 공장의 분산과 권력 집중 해소를 위한 분권시책,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수도권 규제시책 등을 수없이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신행정수도 건설 외에 대안이 과연 있을 수 있는지 우리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정파적 이해와 정치적 호오를 떠나서 미래의 국가 발전 차원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김용웅 충남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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