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영국 BBC방송은 4일 팔레스타인에는 확고한 후계자가 없어 아라파트 이후 강온 세력간 권력투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과격급진 무장세력인 하마스는 당장 집단지도체제 구성을 요구하고 나서 아라파트 수반 사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며 소요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했던 유일한 인물인 아라파트 수반의 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 방침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세가 불확실해지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데다 확고한 팔레스타인 차기 지도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하마스와 일부 급진단체들이 독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팔레스타인의 혼란상이 이라크 정세와 맞물리면 중동 정세는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중동문제의 핵심은 이라크의 안정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진전 가능성도=아라파트 수반의 사망이 오히려 평화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에 대해 깊은 불신을 보여 왔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0년 임기 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북초청도 마다하고 이-팔 평화협정 타결에 매달려 거의 합의에 이르렀으나 아라파트 수반이 이를 무시한 뒤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아라파트 수반은 지도자로서 실패했다”며 “팔레스타인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아라파트 수반을 테러범의 전형으로 간주하고 있는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그의 추방 또는 암살을 주장할 정도로 그에게 깊은 불신을 보여 왔다. 따라서 아라파트 수반이 사라지고 그를 대신하는 인물이 부상하면 중동 평화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공영 라디오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지금까지 가자지구 철수안에 대해 팔레스타인과의 협력을 거부해 왔으나 향후 팔레스타인 새 지도부와는 협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 1기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묵인하고 중동평화 로드맵 이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부시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그는 4일 재선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평화롭고 희망적인 미래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위한 중동평화 로드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후계자는 누구…원로-개혁세력 힘겨루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후계자는 누가 될까.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다. 아라파트 수반이 아직까지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정적들을 꾸준히 제거해 왔다.
중동 전문가들은 일단 원로세력과 개혁세력의 힘겨루기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한다.
원로세력은 아라파트 수반의 오랜 동지들로 10년 전 자치정부 출범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이다. 아메드 쿠레이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전 총리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라파트라는 우산 아래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어도 오랜 망명생활로 일반 시민과 유리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혁세력은 자치지역에서 성장해 1980년대 1차 인티파다(봉기)를 주도한 인물들로 이스라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실용주의로 무장돼 있다. 시민들의 절대적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지만 아직 구심점이 없고 이스라엘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무장단체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의 지도자였던 마르안 바르쿠티가 대중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지만 그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다. 모하메드 달란 전 가자지구 치안대장도 개혁세력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이다.
후계자 자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난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공격을 주도해 온 과격 조직 하마스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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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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