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4>소장 학자들도 나섰다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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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계열의 학자들은 그동안 집단적으로 사회현안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려 왔다. 주로 저술활동이나 신문칼럼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현실에 대해 발언해 왔을 뿐이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후 이런 개별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메아리 없이 묻히자 ‘개인플레이’의 한계를 느끼고 조직화 시도에 나섰다.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좌(左)편향’을 바로잡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뉴 라이트’라 할 만하다. 특히 소장학자들이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만 뉴 라이트 활동에 나선 학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활동이 ‘한국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정파와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자유주의를 수원지로=뉴 라이트의 집단적 목소리를 결집하는 최대의 이론적 수원지(水源地)는 자유주의다.

과거 진보성향에서 개혁적 보수로 전향한 386세대의 학자와 전문가 60여명은 23일 ‘자유주의연대’를 출범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자유주의연대는 정치적으론 북한체제에 비판적인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한다.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이 과거 1960, 70년대 민주당 좌파에 몸담았다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공화당으로 전향한 인사들이 주축을 이뤘다는 점에 비춰보면 자유주의연대 참가자들은 유사한 행로를 보이고 있다.

자유주의적 가치를 옹호하고 전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유교수협의회’(가칭) 설립 움직임도 있다. 자유교수협의회는 진보성향 교수들의 모임인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에 대응하는 의도로 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단체의 발기안을 낸 조성환(曺成煥) 경기대 교수는 “현재 전국 20여개 대학의 사회과학 분야 교수들이 모여 논의 중”이라면서 “참여 교수들의 성향이 다양해 의사결집이 쉽지는 않지만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식 좌편향 인식 극복 시도=1980년대의 좌파적 민족주의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대 박지향(朴枝香·서양사) 이영훈(李榮薰·경제사), 연세대 김철(金哲·국문학), 성신여대 김영호(金暎浩·국제정치학) 교수 등은 1980년대 대학가의 필독서였던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이 대학생들에게 낡은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가제) 출간을 준비 중이다.

자유주의연대에서 준비 중인 ‘신(新) 북한 바로알기 운동’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유주의연대 발기인들은 1980년대 말 대학가를 휩쓴 ‘북한 바로알기 운동’이 냉전시대 ‘북한 때리기’의 시각을 넘어서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슬로건과는 달리 북한 사회의 긍정적 측면만 너무 부각시켜 북한의 현실을 장밋빛으로 치장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 북한 바로알기 운동’을 통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독재체제가 낳은 끔찍한 인권침해와 경제난 등 북한의 잿빛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교육과 미래에 대한 투자도=미래 한국 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균형 잡힌 교육을 시키기 위한 학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3월 출범한 사단법인 ‘옳은 생각’(이사장 서승환·徐昇煥 연세대 교수)은 인터넷사이트(www.r-thinking.org)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심어줄 수 있는 글들을 초중고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가공해 제공하고 있다. ‘옳은 생각’에는 경제 정치 사회학 분야 70여명이 자문교수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왼쪽’으로 기우는 편향성을 바꾸기 위한 대국민 계몽활동에 나선 기존단체들도 있다. 공동체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안민정책포럼’(회장 장오현·張五鉉 동국대 교수)은 올해 들어 정치 법률 철학 외교안보 경제 근대사 등 학계 각 분야에서 편향된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규모 청소년강좌를 실시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 외교사분과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도 현재의 근현대사 교육이 한국의 정통성을 제대로 조명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아래 청소년 역사강좌에 열의를 쏟고 있다.

대학총장이나 석좌교수 명예교수 등 중도와 보수성향 학자들이 주축인 한국미래학회(회장 김형국·金炯國 서울대 교수)는 최근 회원 연령을 대폭 낮추기로 결정하고 ‘2030 한국사회 변화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소장학자들이 중심이 돼 균형 잡힌 시각에서 2030년 한국 사회의 미래상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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