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입 논술고사 제시문은 흔히 고전(古典)에서 발췌되곤 한다. 그래서 논술 대비에는 고전 읽기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고생들이 대학 수준의 동서양 고전들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입문서는 그래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입문서와 요약서는 종종 혼동된다. 고전 요약본들은 군살만 찌우는 패스트푸드와 같다. 이런 책들로는 논술에 별 도움 안 되는 단편 지식만을 얻을 뿐이다.
반면, 제대로 된 입문서는 체질을 건강하게 바꾸는 참살이(웰빙) 음식과 같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적 이해를 북돋아줌으로써 고전에 도전하고픈 용기를 갖게 하니 말이다. 논술에 필요한 독해능력과 깊이 있는 사색은 이런 책들을 통해 길러진다.
‘30분에 읽는 플라톤’은 고전 입문서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어린 학생들은 ‘플라톤’이란 이름에서부터 주눅 들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얄팍한 분량과 재미있는 표지 덕택에 대(大) 철학자는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짧은 책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플라톤 철학을 허투루 훑지만은 않는다. 생애에서부터 스승 소크라테스의 영향, 이데아론, 영혼불멸, 이상국가론 같은 플라톤 가르침의 큰 틀을 빠짐없이 짚어준다. 내용도 잘 연결되어 있어 부드럽게 이해된다. 플라톤의 귀족적 성장배경을 알고 나면, 민주주의를 천민정치라고 비판했던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그가 이끌렸던 이유가 자연스레 설명되는 식이다.
이 모두는 가벼울 리 없는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읽기에는 별 부담이 없다. 각 꼭지들을10분 안팎이면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독서할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딱 맞는 호흡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 짬짬이 읽을 수 있는 ‘독서 영양제’가 될 수 있겠다.
삽화의 매력도 빠뜨릴 수 없다. 영상세대들에게 만화 한 컷은 수십 분의 설명보다 호소력이 크다. 책에 나온 삽화 하나를 보자. 스타워즈에 나오는 다스베이더가 칼을 휘두르며 말한다. “나도 철학자가 될 수 있었어!”
제대로 철학만 했다면 결코 악한(惡漢)이 되지 않았을 거란 의미다. 그림 앞에는 철학은 세상에 대한 성찰과 자기반성을 하는 학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책의 내용을 제대로 따라간다면, 삽화들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깨달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입문서란 그 자체로 완결된 책이 아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국가’ 같은 책을 더 읽고 싶어진다면, 이 책의 목적은 비로소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읽고 나면 지적 갈증이 더 생겨나는 책, ‘30분에 읽는 플라톤’은 크고 깊은 고전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 도서관 총괄 담당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