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수능不正’ 적발… 연루자 100명 넘을수도

17일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조직적인 대규모 부정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19일 “광주지역에서 수능에 응시한 모 고교 A군(19) 등 3명을 조사한 결과 2명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서로 답을 전송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중학교 동창생 등인 이들이 예행연습을 하는 등 사전에 치밀한 모의를 했다고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군 등은 사전모의를 통해 △답안송신조 △답안작성 및 중계조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한 조에 20∼40명씩 가담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수험생이 100명을 넘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부정행위가 브로커까지 개입한 범행으로 확인될 경우 대입시험 관리에 결정적인 허점을 드러내는 사건일 뿐 아니라 시험 이전부터 브로커에 의한 휴대전화 이용 부정행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파문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과목별로 20여명의 성적우수생(일명 ‘선수’)이 특정 문제를 풀어 정답을 외부에 내보내면 학교 후배들로 추정되는 일단의 중계조가 답안지를 작성한 뒤 다시 60여명에게 답안목록을 띄워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문자메시지 전송 및 수신 연습은 물론 일부 수험생의 경우 전송된 메시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뚜껑이 없는 구형 휴대전화를 미리 구입하는 등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험을 앞두고 8일 광주시교육청 인터넷 사이트에는 ‘과목당 30만∼50만원을 받고 휴대전화와 무전기 등을 이용해 정답을 알려주는 수능브로커가 광주지역에서 활동 중’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가 지워졌으나 15일부터 비슷한 글이 다시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1교시 시험에 앞서 수험생의 휴대전화를 자율적으로 일시 유치토록 했다”며 “인권침해 논란을 감안해 몸수색 등의 강제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