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기환]부산 APEC 지금부터 준비를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14분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은 칠레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EC는 우리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국제기구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70%가 APEC 회원국을 상대로 하고 있고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70% 이상이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APEC는 우리 대통령이 한반도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4대국 정상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외교의 장이다.

하지만 APEC는 아직껏 국제기구로서 성숙한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1994년의 합의에 따라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APEC 전 지역에서 무역자유화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나 달성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APEC에서 이루어진 합의가 많은 경우 구속력을 지니지 못하다는 데에 기인한다. 근년에 들어와 APEC는 회원국간에 추구하는 목적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미국은 APEC 내에서 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안보문제에 대한 협의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중국은 주권국가의 고유 영역인 안보문제를 대만이 참가하는 APEC에서 논의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로서는 APEC가 더욱 강력한 기구로 발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APEC 회원국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경제뿐 아니라 큰 안보적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APEC에 의한 무역 자유화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아태 지역에는 각종 양자협정이나 소지역주의적 협정들이 난립하게 돼 하나의 거대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워진다. 또 이 지역의 안보질서가 흔들리고 강대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나라는 또 다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정세를 사전에 막기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번 칠레 회의가 끝남에 따라 우리나라는 앞으로 1년간 APEC 의장국이 된다. 내년도 APEC 각료 및 정상회담이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되고 이를 위한 의사 준비와 의제 개발 등이 우리에게 맡겨진다. 내년 부산회의에서는 APEC가 그간 추진한 무역자유화에 대한 중간평가를 하고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이룰 방안을 채택하기로 이미 회원국간에 합의도 이루어져 있다. APEC를 보다 더 효율적인 국제기구로 발전시킬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말해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는 국익에 맞는 의제를 마련하고 이를 회원국들에 설득시킬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갖게 된다.

정부는 내년 APEC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안보 강화를 위한 대외적인 기틀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그렇게 되면 현재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동북아 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고, 주변 강대국의 변방으로 다시 전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금년 APEC 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APEC 회의의 성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 주기 바란다.

김기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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