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볼 때 우리 정부의 기대대로 이번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간단히 종결짓기는 어려울듯하다. IAEA 이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등이 한국 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그동안 IAEA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핵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도 향후 IAEA 이사회와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지 않도록 미신고 실험 관련 자료 제출에 적극 협조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명백하게 의심을 풀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해명 자세는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미신고 실험은 정부와 무관하며 과학자들의 단발성 행동”이라고 항변하나 국제사회는 이를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국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 전문가, 학자, 저널리스트들이 한국 정부에 자주 던지는 실험 건 관련 질문으로는 다음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첫째, 한국의 국책연구소가 어떻게 정부 몰래 민감한 핵물질 관련 실험을 수행하고 이를 숨길 수 있는가. 둘째, 국책연구소가 수행한 이들 실험이 한국 정부와는 무관하다면서도 관련 책임자들을 문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이들 실험이 한국 정부의 감독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라면 향후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명은 실험 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입 여부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의혹을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 외신은 한국원자력연구소가 2000년 생산한 0.2g의 우라늄 농축도는 평균 10.2%이지만 그중 일부는 최고 77%라는 내용, 1982년 생산한 0.7g의 플루토늄과 관련해서는 플루토늄 239가 98%라는 내용을 들어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 정부는 그 같은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생산된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의 농축도 정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10%든 77%든 일단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하면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 가능하며 미량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혼합물 추출일지라도 일단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면 순수한 플루토늄 추출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정부는 실험 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런 우려를 정확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처하는 노력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될 때 한국의 신뢰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다.
강정민 평화협력원 연구위원·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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