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청와대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 검찰의 장성 진급 비리의혹 수사를 둘러싼 파문이 커지면서 남 총장이 사표 제출이라는 ‘항명’에 가까운 초강수를 던지는 데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경 윤광웅 국방장관으로부터 남 총장의 사표 제출 사실을 보고받고 즉각 이를 반려한 것도 이번 사태가 군의 사기에 미칠 파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결코 청와대와 육군 수뇌부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며 “군 검찰의 수사를 청와대의 군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남 총장이 책임을 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반려에는 남 총장에 대한 신임도 작용한 듯하다. 7월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이 사퇴했을 때에 청와대에서는 남 총장을 후임 장관 후보로 검토했을 정도로 그의 능력을 높이 사왔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전부터 남 총장이 사퇴할 것 같다는 기미를 알아채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는 군 검찰 수사가 남 총장을 표적으로 삼은 것처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데 대해 “무책임한 보도”라고 크게 우려하는 얘기가 나왔다고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했다. 청와대로서는 우회적으로 남 총장에게 ‘사퇴 불가’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일단 남 총장의 거취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측은 특히 육본 인사참모부가 군 검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을 상당히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군이 특수한 조직이라지만 군 내의 사법권 경시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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