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송진흡/통합거래소 이사장 인선 說… 說…

  • 입력 2004년 12월 5일 17시 32분


통합거래소 초대 이사장 인사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3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사퇴하면서 시작된 이번 파문은 ‘청와대 비토설’,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반항설’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비토설’은 청와대가 미는 후보가 추천자 명단에서 빠지자 인선 과정을 백지화시켰다는 시나리오. 옛 재무부 출신 후보 3명이 거의 동시에 사퇴한 것도 이런 기류를 감지하고 ‘알아서 긴 것’이라는 그럴듯한 분석이죠. 현재 증권가에서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히고 있습니다.

‘모피아 반항설’도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경제정책을 내놓았다가 청와대 때문에 여러 번 체면을 구긴 재정경제부가 이번에는 후보추천위의 힘을 빌려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죠.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그동안 청와대 실세들 때문에 망신당한 것을 이번에 복수하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이번 파문을 처음 수면위로 드러낸 후보추천위원인 권영준(權泳俊)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가 “재경부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에 민감한 재경부가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을 했을 리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 대신 청와대가 그동안 ‘개방형 인사 제도’를 강조한 것을 재경부가 ‘문자 그대로(?)’ 해석해 ‘순진하게’ 대응하다 문제가 생겼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청와대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일을 처리하다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죠.

이번 파문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차라리 대통령이 이사장을 임명하는 것이 낫지. 이게 무슨 추태냐”, “괜히 공모제라는 껍데기만 씌우고 뒤에서 호박씨 깐 것 아니냐”, “사퇴한 후보 3명의 명예는 누가 보상하느냐”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송진흡 경제부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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