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한국경제 도움안되는 4대입법에 허송세월”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33분


“한국 경제나 기업의 경쟁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4대 입법’을 갖고 (정치권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는 기업을 도와주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 여당은)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법을 만들고 있다.”

3일(현지시간) ‘경제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에 선임된 박용성(朴容晟·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과 정부, 사회 지도층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지금 한국 경제는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한 상태로 관료들도 ‘20년 동안 이렇게 정책 효과가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토로하고 있다”면서 “내가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입장이라도 매우 답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중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부문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책임 아래 이뤄지는 자산운용에 대해 (정부가) 왜 간섭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박 회장은 “이는 ‘기업은 항상 지도하고 감독해야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정부 여당의) 잘못된 의식 때문”이라며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스스로 판단해 개입하는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좌파 논란과 관련해서는 “토지 공개념, 분양원가 공개 등 좌파 논란이 있는 것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참여정부의 정책 중 좌파 정책은 없다고 본다”며 “서로 비난하면서 좌냐 우냐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되며 이제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진 자들도, 우(右)측에 있는 자들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18억 원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세금 60만 원이 오른다고 아우성을 칠 수 있는가”라며 “사회 지도층은 지위에 맞는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은 또 “노동자 단체에 대응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있듯 환경단체를 견제하는 기능을 갖춘 (사측) 단체가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는 (환경 분야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을 옹호해 줄 조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 회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중에서 ICC 회장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도 이제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하며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협의할 때 우리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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