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누가 무슨 의도로 명단을 작성했는지, 육본의 명단을 토대로 한 진급 심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육본은 진급 대상자가 60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실무진이 유력 경쟁자 명단을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심사과정에서 단 2명만 바뀌어 4심제로 운영된 진급심사체제가 제대로 작동했다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군 검찰이 제기한 의혹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유력 경쟁자 명단의 불법성이 입증돼야 한다. 군 검찰이 밝혀낸 잘못은 진급 심사 과정에 실무자로 참여한 영관 장교 3명의 공무집행방해와 허위 공문서 작성뿐이다. 군 검찰은 진급 심사 과정을 녹화한 폐쇄회로 TV 테이프의 존재를 확신할 만한 자료가 있다고 밝혔으나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번 군 인사비리 사건은 대통령이 반려하기는 했으나 육군 참모총장의 사의(辭意) 표명까지 불러올 정도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태를 수습하는 최선의 길은 철저한 의혹 규명이다. 군 검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혹을 모두 파헤쳐야 한다. 군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이상 수사에 적극 협력해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의혹도 풀 수 있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