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레버쿠젠 바이엘 본사에서 4박5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2004 바이엘 환경대사 프로그램’에서였습니다. 이들은 환경 에세이와 캠프, 영어면접 등 심사를 거쳐 각국에서 선발된 환경대사들입니다.
단연 눈에 띈 그룹은 6명의 중국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세미나 시간에 가장 많은 질문으로 프레젠터의 관심을 독차지했습니다. 만찬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게임을 가르쳐 주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경극의 한 소절을 부르는가 하면 식당 한가운데서 춤도 스스럼없이 췄습니다.
참가자들은 “중국 학생들 대단하다”며 감탄했고 스태프들도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는 더 두드러진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한 명도 해외에서 3개월 이상 영어 연수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비결을 물어보았더니 쿠와이 씨(21·여)는 “아버지와 항상 영어로 대화를 한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법학도인 짜오웨이 씨(19·여)는 미국에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한 달간 체류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대신 집에서는 매일 CNN 등을 틀어놓고 있다고 합니다.
영어 별칭인 ‘에디슨’이라고 불러달라는 19세 남학생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비싼 음식을 공짜로 주다니 놀랍다”며 신기해하더군요. 그런 에디슨도 거침없는 언변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워크숍에서 질문공세를 퍼붓던 그는 “특별히 궁금한 건 없었지만 이런 자리에서 꼭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바이엘 관계자는 그런 중국 학생들을 “무섭다(scary)”고 표현했습니다. 저런 학생들이 조만간 중국을 이끌어 나갈 주도세력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 무섭다는 의미였지요.
요즘 한국 기업들은 중국 대학을 돌면서 인재 찾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런 인재들을 빨리 끌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더군요.
한국 학생들도 더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니 쟁쟁한 경쟁자들이 쑥쑥 커간다는 사실에 초조감마저 느껴졌습니다.
이정은 경제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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