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부터 이듬해 2월 초까지는 논술 대비 책들이 집중적으로 서점에 깔리는 시기다. 이 기간에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이 집중적으로 논술 준비에 매달리는 탓이다.
논술 대비 서적을 고를 때는 먼저 문장 작성법, 작문 능력, 독해력, 논증 구성, 시간 배분 등으로 항목을 나누어 자기 실력을 가늠해 보자. 책에는 저마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나에게 아쉬운 부분을 최대한 메워줄 수 있는 논술 책을 고르는 게 좋겠다.
특별히 부족한 점이 없으면서도 늘 논술시험이 두렵기만 한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속에 숨어 있는 논술’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대입 논술의 정곡을 찌른다. 논술고사의 수준은 교과서 이해 수준을 크게 넘지 않는다. 교과서의 상당 부분은 대학에서 습득해야 할 전공 지식의 핵심을 추리고 정리한 내용이다. 따라서 그동안 배운 교과 내용을 충실하게 정리하는 것도 훌륭한 논술 대비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교과서의 단순 요약이 아니다. 저자들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 교과서 속에 잠자고 있는 비판의식을 일깨워 주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대중사회와 대중문화’라는 교과서의 항목을 설명하기보다는 ‘문화산업에 투자하면 우리에게 무엇이 돌아오는가?’라고 반문하는 식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마약을 해도 될까?’라는 질문은 아무 생각 없이 외웠던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관련된 지식들을 장황하게 나열하는 여느 논술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설명이 많지 않다. 그러나 부족한 설명은 오히려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매년 채점 교수들은 “판에 박힌 듯한 답안이 많았다”는 강평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범답안까지 친절하게 일러주어 ‘외우기만 하면 되는’ 논술 참고서가 시중에 너무 많다는 사실이 기여한 바 크다.
반면 이 책은 학생 스스로 논제에 대한 지식을 갈무리하고 자기 의견을 찾아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등 국사 해체론 등과 연관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을 소개하면서도 저자들은 교과서 몇 쪽이 이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짤막하게 일러 줄 뿐이다. 학생들은 ‘국사를 고집하는 것이 역사 전쟁을 부르는가?’, ‘고대의 역사를 현재의 민족 또는 국가 구분에 따라 서술할 수 있는가?’ 등 차례로 이어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가운데 어느덧 ‘민족주의는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하는 차원 높은 사색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다.
탐구의 길을 가르쳐주되 답은 일러 주지 않는 논술 지도. ‘교과서 속에 숨어있는 논술’은 논술 학습의 모범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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