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50>18년 의료봉사 정용휘 원장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7시 45분


외국인 근로자, 장애아 등 소외 이웃을 위해 부산지역에서 18여 년간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용휘 성형외과 원장. 부산=최재호 기자
외국인 근로자, 장애아 등 소외 이웃을 위해 부산지역에서 18여 년간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용휘 성형외과 원장. 부산=최재호 기자
17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영도다리 입구 정용휘 성형외과 3층 수술실. 정용휘(鄭容輝·54) 원장은 경남 양산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 B 씨(27)의 엉덩이에 난 혹을 무료로 수술한 뒤 “힘들었지, 잘 됐어”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의학박사이자 성형외과 전문의인 정 원장이 18여 년간 무료 진료와 저소득환자 지원 등에 투입한 봉사시간은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통계로 5803시간. 그의 봉사시간은 부산지역 의료인 중 가장 많고, 전국 의료인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든다.

“성형은 외적인 미를 가꾸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웃을 위해, 또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만큼 사회를 통합하는 묘약은 없는 것 같아요.”

그가 사회의 구석구석에 사랑을 심기 시작한 것은 대학병원에서 전문의와 교수를 마치고 개업의로 나선 1986년부터. 자신보다 훨씬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라는 대학동기인 의사 K 씨의 권유가 큰 힘이 됐다. 그때부터 대한적십자 청년봉사회에 가입한 뒤 지금까지 현업과 봉사활동 외에는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장애아동캠프, 소록도 나환자 위문, 저소득 주민과 노인 진료, 해외교포 진료 등 손길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노숙자와 실직자 등이 늘어나자 99년부터는 매월 노숙자 쉼터를 방문해 지금까지 모두 9200여 명에게 진료와 약품 등을 지원했다.

그의 병원은 동네 사랑방처럼 어려운 이웃들의 안식처다. 최근까지 언청이 무료수술을 받은 환자 6명 중 K 씨는 3년간 6차례에 걸친 무료수술을 통해 정상 생활을 되찾았다. 2001년 이후에는 매월 1회씩 외국인근로자 무료 진료를 실시하고 이중 23명에게는 무료수술을 해 주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다보니 그는 최근 자신의 소유인 5층 병원건물마저 처분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봉사활동은 유별납니다. 시간이 곧 돈인 의사가 이렇게 하기는 정말 어렵지요.”

적십자 부산지사에서는 지난 달 정 원장에게 ‘사회봉사 유공분야 총재표창’을 시상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봉사활동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골프도 하지 않는 정 원장은 시간만 나면 봉사활동에 나서는 데는 부인(53)과 두 아들이 큰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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