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2004뉴스]미스터 쓴소리 ‘판단착오’?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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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형 전 대표
조순형 전 대표
“탄핵이 의결되면 대통령 직이 직무정지 된다. 그 혼란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돼 있는가, 대통령이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월 24일 당시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엄포용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탄핵 역풍’을 우려한 발언이었지만 당시 이 말에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 토론회를 취재했던 기자도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는 발언을 더 비중 있게 보도했다. 당내 중진들은 오히려 “노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서는 순간 검찰과 방송도 그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라고 낙관하곤 했다.

조 전 대표는 이들 중진과는 달리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신중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원칙주의는 ‘국회의원 조순형’ ‘미스터 쓴소리’에게는 잘 맞는 옷이었지만 당 대표가 된 뒤부터는 당리당략의 다른 이름처럼 인식돼 갔다.

물론 그는 “어떤 정치인이 감히 노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있느냐”는 여권의 공격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유로운 정치인이었다. 5선 의원을 하는 동안 법정선거 비용을 한 번도 넘긴 적이 없고 후원회는 단 2번만 할 정도로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인품이 정치적 판단의 오류까지 용서해 주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개혁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던 그가 탄핵 사태 와중에 ‘꼴통보수 세력의 희망’처럼 회자된 것은 냉엄한 정치현실의 아이러니다.

그의 부인 김금지(金錦枝) 씨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편이 국회의원은 굉장히 잘 했지만 당 대표 역할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며 “남편도, 나도 이제는 노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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