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전까지 TV방송 자체가 없었다. 차량소통이 거의 없어 지금도 거리에 교통신호등이 없다고 한다. 포장도로가 거의 없어 이동하려면 여전히 걸어 다녀야 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자기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소개한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 이야기입니다. 부탄이 전 세계에서 알려지게 된 것은 보통 국가 후생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GDP나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 모델을 주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GNH는 부탄의 현재 국왕인 ‘지그메 싱기예 왕축’이 몇 년 전부터 부탄 국민들을 위해 주창한 목표입니다. 부탄은 올해 이와 관련해 국제세미나를 열어 논문을 인터넷(www.bhutanstudies.org.bt)에 올려놓았습니다.
부탄의 ‘이론가’들은 ‘국민총행복’의 개념을 대체로 △지속가능한 발전 △경제적 자립 △자연보호 △고유문화 계승 △민주적 행정 체제 △경건한 종교 활동 등으로 설명합니다.
부탄 정부는 입어야 할 전통의상 종류와 지붕 색깔까지 제시할 정도로 국민들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왕은 민주주의적 행정체제를 위해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권한을 제한했습니다.
부탄의 인구는 90만 명. 그동안 외부로부터 차단돼 있던 부탄에도 최근에는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다고 합니다. 1999년부터 TV방송이 시작되면서 인도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늘었고, 유럽 프로축구 팬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또 인터넷도 보급됐고, 지난해부터는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부탄의 전통문화가 ‘오염’돼 GNH, 즉 ‘국민총행복’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 그리고 20년 뒤 부탄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합니다.
공종식 경제부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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