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협정 공개, 후속조치 중요하다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01분


정부가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베일에 싸였던 현대사의 의문들이 풀리게 됐다. 한일협정 체결 과정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혹을 제기해 왔기 때문에 관련 문서 공개를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다. 시민단체의 행정소송에 따라 정부가 할 수 없이 공개하는 방식이 됐지만 중요한 것은 공개 이후의 후속 조치다.

문서 공개를 통해 규명되어야 할 핵심 의혹은 한일회담의 성격과 일제의 강압통치에 대한 한일 양국의 처리 방식이다. 정부가 굴욕적으로 회담에 임하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구걸 외교’를 했다는 의혹의 진위가 규명되기 바란다. 정부는 회의록 등 1200여 쪽의 문서를 공개하기로 했으나 의혹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나머지 문서 공개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일제 강점 피해자들은 오래전부터 한국 정부가 피해자에 대한 개별 배상을 막았다고 주장해 왔다. 또 정부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상업차관 3억 달러 등 8억 달러의 돈을 일본으로부터 받았지만 소수의 피해자에게 형식적인 보상만 했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들의 주장과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정부의 해명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는 만큼 이번 문서 공개를 통해 잘잘못이 가려져야 한다.

40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외교 행위를 무시할 수 없는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일협정이 국민의 격렬한 반대 속에 체결됐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이제라도 실상을 밝혀야 한다.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상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문서를 공개하기로 한 어제 일본 신문은 일제 때 끌려가 공장에서 숨진 한국인 7명의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정부가 과거에 대해 떳떳해야 일본에도 도의적 인도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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