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 정치권의 시선은 김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꽂혔다. 4대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간 타협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한 ‘키’인 직권상정의 권한을 김 의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여당은 지도부는 물론 초재선 의원들까지 나서 김 의장을 설득하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공개편지까지 띄우며 ‘협조’를 촉구했다. 29일 밤에는 여당 의원 41명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까지 찾아갔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강한 어투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30일 오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는 사람들까지 공관으로 몰려가 김 의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눈 하나 깜짝 안했다. “합의해 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여당 의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김 의장이 ‘지둘려’(기다려의 전북 사투리로 느긋한 성격을 가진 김 의장 별칭)이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니냐. 도대체 어느 편이냐”는 볼멘소리가 여당 내에서 터져 나왔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의장이 끝까지 ‘소신’을 지켜줄 것을 바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김 의장은 30일 본회의에 앞서 천정배(千正培), 김덕룡(金德龍)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타협을 종용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도저히 양보 못하는 것 한 가지씩만 내 놓아라”고 말해 양측 입장을 들은 뒤 “양쪽 모두 이것은 양보하라”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또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 측엔 단독 처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나라당에는 계속 반대만 할 경우 회의를 진행시킬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를 흘려 양쪽 모두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선 두 차례 극적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양당 의원들이 합의문 수용을 거부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 의장의 요즘 심경은 복잡하다. 17대 국회 원년의 성과가 이 고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31일 새벽에는 2차 여야 원내대표회담에서 합의한 7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할 정도로 괴로운 속내를 비쳤다. 요즘 상념에 잠겨 밤을 지새울 때가 많다는 김 의장의 대타협 정신이 막판에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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