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양축은 지난해 말 이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당내 중진그룹과 강경소장파다. 양측 간의 앙금은 생각 이상으로 깊다.
▽‘새 축’으로 부상한 중진그룹=지난해 12월 30일 임시국회 막판 여야협상 과정에서 국보법 ‘대체입법’을 포함한 ‘3+1’안의 수용을 적극 주장했던 그룹들이다.
재야파 내에서는 임채정(林采正) 의원, 친노(親盧) 그룹 내에서는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의원, 구 민주당 출신으로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 배기선(裵基善) 의원 등이 그 중심에 있다. 당권파 중에서도 정세균(丁世均) 이강래(李康來) 의원의 정서가 중진 쪽에 가깝다. 친노 호남파를 대표하는 염동연(廉東淵) 의원도 중진그룹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김혁규(金爀珪) 의원이나 유재건(柳在乾) 의원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개혁을위한의원모임’(안개모)에 소속된 관료 및 재계 출신들도 우호적 그룹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급진적 개혁’ ‘명분론’보다는 ‘단계론적 개혁’과 ‘실용주의’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국보법 문제가 한나라당의 극력 반대에 부닥치자 ‘대체입법’이란 대안을 모색했을 만큼 생각이 유연하다.
이들은 당내 강경소장파와의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끌려 다니지는 않겠다”는 각오가 확연하다. 세력도 만만치 않다. 안개모와 중진그룹, 관료 및 재계 출신 등을 합하면 전체 의원(150명)의 3분의 2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소장파들도 이합집산=재야파 중 소장파들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240시간 농성투쟁’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중심이 된 참여정치연구회 소속 의원들이 결합한 형태다. 1970년대 후반 학생운동 출신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과 ‘386 전대협세대’ 등이 주축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서적인 교감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
‘농성투쟁’에 참여한 의원은 모두 74명.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이 ‘격려 방문’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최초 농성에 참여키로 결의한 40여 명 정도가 핵심 멤버로 볼 수 있다.
이들이 향후 전당대회나 당 노선투쟁에서 여전히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중진그룹과는 차별화된 선명 개혁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천-신-정’으로 대표되는 당권파들의 ‘다른 선택’도 눈에 띄는 대목. 천정배(千正培) 전 원내대표가 대체입법안을 거부하고 ‘국보법 폐지’ 당론고수 쪽을 선택함으로써 대체입법을 지지했던 정세균, 이강래 의원과 다른 길을 걸었다.
국보법이 만들어 놓은 여권 내부의 ‘지각 변동’이 어디까지 갈지는 분명치 않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또다시 인물 중심의 계파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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