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Politics]물러나는 정찬용 인사수석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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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촌닭’인 정찬용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사진)이 청와대 입성 1년 11개월 만에 퇴진하게 됐다. 노무현 정부 출범 멤버인 정 수석은 청와대 참모로서 최장수 기록을 세웠으나 결국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의 태풍을 비켜 가지 못했다.

2003년 2월 대통령인사보좌관에 내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촌닭이 갑자기 불려온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던 정 수석은 곧바로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를 찾아가 인사를 했다. 당시 문 내정자는 “검증을 하는 ‘민정’과 추천을 하는 ‘인사’는 서로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런 초심(初心)이 흔들렸던 탓일까. 이번 사태의 와중에서 정 수석은 이 전 부총리를 공개적으로 옹호한 발언 때문에 시민단체로부터 공세의 표적이 됐다.

정 수석은 이날 노 대통령에게서 ‘사표 수리’ 통보를 받은 직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고, 잘못했으면 3년을 채울 뻔했습니다”라고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해 했다. ‘언론의 비판이 원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언론도 ‘비판’이라는 제 할 일을 한 거 아닙니까”라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사실 정 수석은 지난해 말부터 후임자를 물색하는 등 ‘하산(下山)’ 준비를 해 왔다. 가까운 인사들에게는 ‘비정부기구(NGO) 대사’ 같은 걸 하고 싶다는 희망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 수석은 지난해 초 여권 내의 총선 출마 압력으로 한 차례 고비를 맞았었다. 당시 고심 끝에 노 대통령에게 “인사수석 일을 2년 정도는 더 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하자 노 대통령은 “인사수석 1년 하더니 이제 자기 인사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모양이죠”라고 농담을 하며 잔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호남 인사 기용의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던 정 수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횡을 한다’는 여권 내 일각의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이번에 함께 물러나게 된 박정규 민정수석비서관은 “정 수석은 누군가를 추천했을 경우 회의에서 거의 발언을 하지 않는다.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방패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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