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하임숙/물러나는 CEO를 위한 ‘항변’

  • 입력 2005년 1월 12일 17시 39분


인사철을 맞아 최고경영자(CEO)들이 바뀌는 기업이 많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던 분 가운데도 퇴직한다거나 실무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네요.

오너가 아닌 분들이라 언젠가는 물러나는 게 정상이긴 합니다만 대주주들이 전문경영인에 대해 조금만 더 믿음을 가져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 대기업 계열사의 CEO는 경기가 나빠지다보니 회사를 획기적으로 구조조정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전임 CEO 때는 경기가 좋아 업계의 전형적인 영업 방법이었던 ‘밀어내기’ 등을 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 전략을 유지하다가는 회사가 망가진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2년간 안 팔리는 브랜드는 접고, 인력 조정도 하고, 판매조직 건전화에도 힘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2년 동안 이 CEO는 그룹 최고경영진의 눈 밖에 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매출목표, 이익률이 꾸준히 하향조정 되다 보니 신뢰를 잃은 것이죠.

이제 토대를 닦은 상황에서 앞으로 잘해 볼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던 이 CEO는 연말에 예기치 않게 인사 통보를 받았습니다.

또 다른 CEO도 있습니다. 마케팅에 관한 탁월한 실력자인 이 CEO는 한 대기업의 사업부문을 맡고 있다가 이 사업을 분리해 나오면서 CEO가 됐습니다. 자본만 다른 곳에서 끌어왔지 거의 창업자나 마찬가지여서 회사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이 CEO는 지난해 말 대주주로부터 물러나 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기업의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었지요.

이 CEO는 회사의 수익구조를 높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고, 이제 결실을 보기 시작할 단계라는 점에서 아쉬운 생각이 들 법합니다.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면 CEO에 대해서도 좀 더 길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하임숙 경제부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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