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숨을 죽인 듯한 겨울 산. 헐벗은 가지 위에서 장난치던 어린 새조차 날갯짓을 멈춘다. 그리고 온 산을 가득 울리는 예불 종소리∼.
겨울 산사(山寺)엔 다른 계절엔 느낄 수 없는, 가슴을 저미는 듯한 적요함이 있다. 방안에서 움츠러들었던 관절을 풀고, 찌든 일상을 털어 버리기엔 안성맞춤이다.
이번 주말엔 중부지방에 눈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기상예보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대웅전의 팔작지붕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듯….
차에서 내려 그리 오래 걷지 않아도 되는 수도권의 주요 사찰을 소개한다.
▽현등사=경기도 내 악산(岳山) 중 하나인 가평군 하면 운악산 자락의 큰 절.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재건했다. 경내의 지기(地氣)가 하도 세서 이를 진정시키려 보조국사가 세웠다는 지진탑이 있다. 사찰 밑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산길(30분 소요)을 올라가면 절이 나온다. 국도 46호선 강원 춘천방향으로 가다 청평검문소 삼거리에서 국도 37호선으로 갈아타고 현리버스터미널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031-585-0707
▽용문사=경기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해발 1157m) 기슭에 있는, 신라 선덕여왕 3년(634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 매표소를 지나 10분가량 산길을 올라가면 대웅전 앞에서 수령 1100년 된 은행나무를 만난다. 서울에서 국도 6호선으로 가다 지방도 331호선으로 빠져 6km가량 직진. 031-773-0088
▽신륵사=경기 여주군 북내면 남한강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한 천년 고찰.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 앞 절벽에 있는 강월헌에 오르면 남한강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으로 나와 국도 37호선으로 진행하다 여주대교를 지나면 절 입구가 나온다. 031-885-2505
▽용주사=경기 화성시 태안읍에 있는 불심과 효심이 어우러진 사찰. 조선 정조대왕이 부친 사도세자의 능을 위해 만든 능사(陵寺)로 1790년 건립됐다. 김홍도의 지휘로 그려진 대웅전의 후불탱화와 범종각의 동종(국보 제120호)은 걸작이다. 대웅전 앞의 회양목은 수령이 200년이 넘었다. 서울에서 경기 오산 방면으로 국도 1호선을 타고 가다 태안읍 병점 육교에서 우측으로 3km가량 가면 된다. 031-234-0040
▽전등사=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정족산성에 있는 고려 때 창건한 고찰.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 건축물로 으뜸이라는 평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대항해 싸운 장병들이 대웅보전의 기둥과 벽면에 쓴 이름 등을 볼 수 있다. 032-937-0125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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