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검증되지 않은 연예계 주변의 소문이 신빙성 있는 것처럼 적혀 있어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작성 경위와 내용=지난해 11월 제일기획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광고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심층 인터뷰(Depth Interview)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제일기획 측은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연예인이 제품 이미지에 적합한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일본의 대형 광고기획사 덴쓰(電通)를 비롯한 외국계 회사도 광고모델의 사생활이 문제가 돼 관련업체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이 같은 보고서를 만들어 참고용으로 활용해 왔다는 것. 제일기획 측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우선 일반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예인의 호감도를 조사한 뒤 스포츠신문 연예담당 기자와 방송국 연예프로그램 리포터 등 전문가 10명과 인터뷰했다.
제일기획 측은 2차에 걸친 조사를 바탕으로 유명 연예인 99명과 신인 연예인 26명 등 125명에 대한 113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연예인의 현재 위치, 비전, 매력과 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있으며 분야별로 특수기호(★, ☆) 1∼5개를 이용해 해당 연예인을 평가했다.
특히 ‘호스트바 출입이 잦다’ ‘기업 간부가 스폰서이다’ ‘매니저를 자주 때린다’ ‘나이 많은 여자들과 사귄다’ ‘게이나 바이섹슈얼이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도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이 소문들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실인 듯’ 등으로 검증되지 않은 채 설명돼 자칫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누가 유출했나=보고서 전문은 17일경부터 일부 인터넷 사이트와 모 일간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유명기획사가 이를 제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네티즌)들은 19일부터 P2P사이트나 메신저,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파했다.
제일기획 측은 자체 조사결과 동서리서치의 한 직원이 보고서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유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당사자 반발과 파문 확산=보고서 내용이 유출되자 연예인과 인터뷰에 응했던 기자와 리포터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문건의 서술 정도에 따라 연예인별로 타격을 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공동 대응보다는 개별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측과 인터뷰를 했던 기자들도 “우리도 피해자”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부주의하게 내부 문서를 유출시킨 제일기획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과와 철저한 경위조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인터넷서 퍼나르기’ 처벌될수도▼
이른바 ‘연예인 X파일’로 인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대규모 소송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1차 피해자인 연예인들은 보고서 유출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동서리서치 직원이 유출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업체도 사용자로서 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제일기획은 내부 영업비밀이 유출된 데 따른 피해자 입장에서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해당 직원을 고소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 자체가 사생활 침해여서 제일기획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공인인 연예인에 대한 평가는 광고기획사로서는 당연한 업무이기 때문.
그러나 이 보고서를 인터넷상에서 퍼 나르는 누리꾼(네티즌)들은 일반인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공 게시판에 올리거나 대량으로 전파하면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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