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일본 나가사키(長崎)의 하시마 탄광에서 강제징용노동자 신분으로 돌아가신 삼촌의 행적을 찾아다니면서 그 피해의 실상을 피부로 접하고 징용노동자 임금 공탁금의 반환을 한일 정부 당국에 요구해 온 사람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1950년 미군정 발행 문서에는 일본기업이 조선인 징용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임금이 2억3700만 엔(현재 시가로 12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일본 정부는 이 미지불 징용임금을 ‘법적 시효 후에도 국고에 환수하지 말라’고 지시해 지금까지 일본 중앙은행이 보관하고 있고, 개인별 미불 임금 명세가 일본 법무성에 보관되어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해 일본 사회당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은 최근 전시에 강제 동원된 23만여 명의 한국인 중국인 등의 미지불 공탁금 2억1514만7000만 엔(2004년 9월 30일 현재)이 일본은행에 보관돼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에 보관된 한국인 징용노동자들의 임금은 당연히 찾아와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한일 양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되어 동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국가간 신의상 어렵다”는 식의 답변을 해 왔다. 하지만 한일협정에도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결국 간의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은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한다”고 돼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 같은 법적 근거를 최대한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소망한다.
이복렬 호원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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