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베를린의 한 사회주의 계열 일간지는 송두율 씨를 찾아가 “한국인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는 것이 높은 PISA 성적과 관련이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송 씨는 “그런 해석은 너무 단순하다”고 대답했다. 그의 당혹감이 느껴진다.
세계인이 한국인 청소년의 좋은 성적에서 ‘장기나 바둑’을 연상한다면, PISA에서 1위를 차지한 핀란드에 대해서는 무엇을 떠올릴까? 캐나다 온라인 음악 포털 사이트 ‘셰나 뮤지칼레’의 전속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 씨는 “음악이 그 해답”이라고 말했다. 모든 청소년이 악기 하나 이상에 통달하도록 만드는 깊이 있는 예술교육이 좋은 PISA 성적을 낳았을 것이라는 풀이다.
그는 최근 영국 철도역들이 청소년의 소란을 막기 위해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놓기로 한 사례를 들면서 “핀란드라면, 즐기기 위해서나 클래식 음악을 틀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연 핀란드인은 ‘즐거움을 위해’ 매일 클래식 음악을 들을까? 기자가 2003년 만난 핀란드 미켈리 시립교향악단 매니저 헬레네 테포넨 씨는 “꼭 그렇지는 않다”며 웃음 지었다. “최근 핀란드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라틴 문화’입니다. 어디서나 피자집과 탱고 강습소 간판을 발견할 수 있죠. 그렇지만 인구 1만 명 남짓한 소도시에서도 전문교육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주민들이 클래식 콘서트장을 채운답니다.”
PISA와 바둑에서 시작된 얘기가 여기까지 흘렀다. 요즘처럼 귀가 얼얼하게 추운 계절이면 핀란드 음악의 아버지 시벨리우스의 작품이 듣고 싶어진다. 항상 듣던 ‘핀란디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진다. 아늑한 숲 속 요정들의 동화가 펼쳐질 것 같은 교향곡 3번의 2악장이나 교향곡 6번의 첫 악장은 어떨까. 한 곡 한 곡이 그림책 같은 ‘크리스티안 2세’ 모음곡이나 남성적인 속도감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레민카이넨의 귀향’도 권하고 싶다.
“핀란드 음악인 누구나 시벨리우스에게 고마워하는 건 아닙니다.” 핀란드 음악교육 전문가 페카 바파부오리 교수(시벨리우스 음악원)의 말이다. “우리로서는,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이니까요.” 그러나 음악 팬에게 그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아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