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채용비리]“인사담당자도 금품수수”

  • 입력 2005년 1월 26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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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민노총이수호 위원장(가운데)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아자동차 노조 광주지부의 채용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주일 기자
고개숙인 민노총
이수호 위원장(가운데)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아자동차 노조 광주지부의 채용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주일 기자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근로자 채용 비리와 관련한 금품 수수에 노조뿐 아니라 회사 인사담당자도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 전담수사반(반장 이광형·李光珩 부장)은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직원 박모 씨(38)에게서 채용 청탁과 함께 47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아차 광주공장 인사담당 직원 나모 씨(40)를 26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채용을 알선해 주겠다며 5명에게서 2000여만 원씩 1억500만 원을 받아 이 중 4700여만 원을 나 씨에게 건네고 나머지를 챙긴 혐의로 박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광주공장 공장장을 지낸 김기철(金基喆·56) 전 부사장을 24일 출국금지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김 전 부사장은 2002년 광주공장장에 올랐으며 이달 7일 채용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사했다.

검찰은 김 전 부사장 외에 광주공장 임원과 노조 집행부 등 20여 명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입사지원자를 추천한 사람의 이름이 기재된 인사 관련 자료를 기아차로부터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명단에는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와 학력, 추천인, 면접 내용, 합격 점수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추천인에는 노조 및 회사 관계자와 광주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 구청 인력상담사, 보훈청 관계자도 포함됐다.

광주지검 김상봉(金尙鳳) 차장검사는 “채용과 관련해 돈을 받은 사람을 밝히기 위해 추천인이 기재된 명단을 활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추천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추천인을 대상으로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아차는 보도자료를 내고 “선진국에서도 입사 추천은 오래전부터 시행돼 왔고 학자나 명망가가 우수 인재를 기업에 추천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의무”라며 “일부 개인의 비리사건으로 추천 관행의 본질과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날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의 지시로 더 깊이 있는 수사 지원을 위해 광주지검이 하고 있는 채용 비리 수사에 대한 지휘가 25일부터 대검 형사부에서 중수부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 간부가 채용 비리에 개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침통한 마음과 함께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광주=김 권 기자 goqud@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노조-회사 ‘취직장사’ 핵심고리▽

검찰 수사가 회사 측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26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인사담당자 나모 씨(40)를 긴급 체포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나 씨는 신입사원 채용 등을 관리하는 인사 실무자로서 회사 인사책임자의 결재를 받아 노조가 추천한 비적격자를 합격시키는 등 노조와 사측을 연결하는 핵심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

검찰도 앞서 20일 나 씨를 소환해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나 씨는 검찰 조사 직후 가족과 함께 종적을 감췄고, 23일 나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검찰은 이날 그를 긴급체포했다.

광주공장 전 인사실장(이사대우) 윤모 씨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6월경 노조 집행부를 통해 건네받은 채용청탁자 명단을 인사팀 실무자에게 전달했다”며 “실무자가 컴퓨터로 파일을 만들어 관리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씨는 광주공장 공장장(부사장) 아래서 인사팀장과 노무협력팀장을 지휘했다. 이 때문에 이날 공개된 채용 관련 파일 일부의 최초 작성자도 나 씨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광주=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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