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우리당 비영남 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이런 불만 섞인 얘기가 오가고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숫자도 숫자지만 청와대 내의 민정 총무 정책 라인 등의 주요 포스트를 PK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 심지어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때는 호남 사투리가 청와대의 표준어였지만 이제는 부산 사투리가 표준어”라는 농담까지 나돌 정도다.
▽청와대의 PK 인맥=이호철(李鎬喆)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이 청와대에 복귀하면 ‘문재인(文在寅) 수석-이호철 비서관’이라는 부산 인맥이 민정수석실의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노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심중을 꿰뚫고 있다.
노 대통령 또한 2002년 대선 당시 한 간담회에서 문 수석을 소개하며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인사할 정도였다. 이 전 비서관 역시 386 참모들 사이에선 ‘호철이 형’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크다.
청와대 안살림을 맡고 있는 정상문(鄭相文) 총무비서관은 대통령과 같은 경남 김해 출신. 그는 청와대 내부 인사 때는 인사추천위원회 멤버에 들어온다. 최도술(崔導術) 전 비서관 때보다 역할이 더욱 커져 청와대 내 행정관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그는 밖으로 내보낼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불러 ‘인사평가자료’를 들이대고 사퇴를 권유하는 악역을 도맡기도 한다.
오정희(吳正熺) 공직기강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2년 후배. 그는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초부터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으면서 장차관 인사 검증 등 공무원 비리사정 업무를 맡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과 함께 자문교수단을 이끌었던 조재희(趙在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사무처장 겸 국정과제비서관은 경남 밀양 출신. 이정우(李廷雨) 정책기획위원장을 보좌하면서 대통령 국정과제를 챙기고 있다.
노혜경(盧惠京) 국정홍보비서관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서 인터넷 홍보를 맡았다. 부산대 국문과를 나온 시인으로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제작하고 있다.
대통령의 ‘문고리 집사’로 불리는 권찬호(權贊皓) 의전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9년 후배. 차의환(車義煥) 혁신관리실장은 부산상고 동기생으로 지난해 5월 청와대로 불려왔다.
한편 청와대에서 일하진 않지만 정윤재(鄭允在) 국무조정실 민정2비서관은 청와대 밖에서 다방면의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노무현 부산시장 만들기’에 앞장섰고 200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정무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PK ‘구심점’은 없다=청와대 내 PK 인맥은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 중에 더 많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행정관 중 영남 출신 비중은 40% 안팎이라는 게 여권 인사들의 추산이다.
이에 대해 PK 출신의 한 행정관은 “대선 때 고생을 함께한 캠프 출신들이 청와대에 많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다만 PK 출신들이 따로 모임을 갖거나 ‘동아리’를 형성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게 지역주의 아니냐”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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