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병철]노인경험 활용이 고령사회 해법

  • 입력 2005년 1월 31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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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고령화가 몇 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지만 한국은 2003년을 기점으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2019년이면 고령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노인 문제가 이미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노인 복지 정책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지금까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시혜적 복지 정책이 주조였다. ‘노인들은 병약하고 일하기 싫어하고 의타적’이라는 전통적 노인관에 입각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의 연장은 노인들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노인들에게 경제 활동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시혜적 복지 정책이 유효하겠지만 아직 일할 능력이 있는 노인들에게는 적절한 일감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인을 부양하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에 입각해 노인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의 정책을 폈지만 그것이 ‘공공근로형’으로 변질돼 생산성보다 시간때우기에 그치고 말았다. ‘공공근로형’의 노인 복지 정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나 이런 정책은 노인들의 의타심을 심화시킬 뿐이다.

이젠 노인 정책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한다. 노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활동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진보적인 틀을 갖춰야 한다. 노인들의 일자리 참여를 유도하는 동기부터 달라져야 한다. 일을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낄 뿐 아니라 경제적 부의 창출에 이바지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경험과 경력을 사회에 되돌려준다는 당당함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자원봉사자로서의 나눔의 삶, 사회가 자신들에게 무엇을 해줄까 바라기보다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노인들이 여생에서 보람을 찾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갖도록 하는 노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일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회적 일자리’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 행정의 사각지대를 노인들이 메워주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내에서 틈새로 남아 있는 공익적인 일 등이 그런 범주에 속할 수 있다. 또 단순반복형 일자리라도 공장식 공동작업형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공동작업장을 마련하고 협력회사와 유대관계를 구축한 뒤 작업 기계를 설치하고 노인들이 팀을 구성해 연중 일자리가 연계될 수 있다면 ‘직업인’으로서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노인 복지 정책에서는 일방적인 수혜가 아니라 노인들이 일을 통해 스스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노인들도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사회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길일 뿐 아니라 스스로 활기찬 노년, 건강한 노년, 아름다운 노년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김병철 공무원 청주시청 사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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