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말았지만, 그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과연 클래식 레퍼토리는 고정돼 있을까? 새롭게 창작되는 작품들이 대부분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유명한 옛 작곡가들의 레퍼토리 목록도 변한다. 도서관 서가에서 잠자던 작품이 발굴돼 햇빛을 받으며 부활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어제(1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8분짜리 작품을 세계 초연했다. 제목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A장조’. 베토벤이 20대인 1790년대에 쓴 이 작품은 그의 다른 필사 악보 사이에 섞여 200년 동안이나 도서관 서가에 잠들어 있었다. 지휘를 맡은 콘라드 반 알펜 씨는 “고요하면서도 깊이 있다는 점에서 이 곡은 전형적인 베토벤 협주곡의 느린 악장을 연상케 한다”고 밝혔다.
사실 ‘거장의 잊혀진 작품 발굴’은 종종 외신 기사를 장식하는 화제 중 하나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b단조 ‘미완성’이다. 이 작품은 작곡가가 죽은 뒤 37년 지나서인 1865년에 발견돼 초연됐다. 이 곡은 오늘날 동서고금의 모든 교향곡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어떤 작품들은 발견된 뒤 다시 망각의 저편으로 흘러가 버리기도 한다. 오페라 ‘현자의 돌’이 그중 하나다. 1996년 발견된 뒤 1999년 음반으로 제작돼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모차르트와 친구 작곡가 4명이 공동으로 제작해 1790년 빈에서 초연한 뒤 잊혀졌던 작품이다. 매력적인 제목도 갖고 있어 표준 레퍼토리에 진입할 것 같았던 이 작품은 몇 년 만에 공연계의 화제에서 사라져 버렸다.
최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당국은 모차르트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내년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등 극음악 22곡 전곡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놀라운 선언을 했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단독으로 작곡한 작품이 아니어선지 ‘현자의 돌’은 여기에도 들지 못했다. 만약 작품이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역사 속에서 두 차례나 선택받지 못한 이 곡은 꽤 우울할 것 같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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