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여 미래를 준비하자]<1>불안한 직장인

  • 입력 2005년 2월 23일 17시 10분


《국내 굴지의 정보통신기업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정모 과장(35세). 그는 요즘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주변에서는 연봉도 많은 대기업에 다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이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려면 20년은 더 일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력을 쌓아서 몇 년 후에는 다른 회사로 옮겨야 할지 약간은 막막하다. 최근에는 동료 한 명이 미국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벌써 경쟁에서 뒤처진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한국의 직장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도 비용절감을 위해 상시 인력 구조조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직장인들의 평균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HR코리아의 최효진 사장은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도 심각하지만 한국사회를 이끌고 있는 실무 과장과 임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커다란 사회문제”라고 말했다.》

▽직장인은 불안하다=HR코리아가 현재의 직장과 직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실무자인 과장급은 2∼5년이 33.7%, 6∼10년이 39%를 차지했다. 반면 부장급 이상은 2∼5년이 36.5%, 6∼10년이 27%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10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불안감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과장급은 33.2%가 ‘현재의 조직을 떠나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이어 22.4%는 자신이 속한 기업의 경영위기를 꼽았고 21.5%는 자신의 전문능력 부족을 들었다.

반면 부장급 이상은 35.1%가 불안정한 ‘사회 및 경제적 환경’을 꼽았고 ‘진로의 불투명성’은 31.1%를 차지했다. 자신이 속한 기업의 경영위기는 25.6%였다.

과장급은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고 있지만 부장급 이상은 일을 더 할 수 있는데 사회적 환경 때문에 밀려날 것으로 판단하는 것.


▽직장인의 미래 모습은=개인적 소망과 현실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미래의 이상적인 모습을 묻는 질문에 과장급은 40.5%, 부장급 이상은 41.9%가 ‘직장을 떠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을 꼽았다.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직장에 대한 불안감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그만둔 회사원들이 식당을 비롯한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준비 소홀과 경험 부족으로 커다란 실패를 겪었다.

과장급은 개인사업에 이어 전문가 프리랜서로 활동(21.0%), 다른 회사로 옮겨 입지를 굳히는 것(20.4%)을 꼽았다. 현 직장에서의 승진은 4.9%에 불과했다.

반면 부장급 이상은 21.6%가 ‘봉사 및 취미활동’을 꼽았다.

직장 내 승진은 10.8%로 과장급보다 훨씬 높아 현재의 직장에서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이렇게 불안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과장급은 영어 및 제2외국어 공부가 20%를 차지했다. 기업환경이 국제적 경쟁으로 바뀌고 있어 생존을 위해서는 외국어 구사능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어 △새로운 직업 찾기 19.5% △현재의 직무에 충실하기 18.5% △전문 분야 교육 받기 18.5%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장과 임원들은 ‘새로운 직업 찾기’가 25.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재테크 14.5% △현재의 직무에 충실하기 13.1% 등의 순이었다. 아무래도 퇴출압박을 더 심하게 받고 있기 때문에 옮겨갈 회사를 찾거나 재테크로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자신의 미래를 누구와 상의할까. 대부분이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를 꼽았으며 경력관리 및 헤드헌팅 전문가와 상담하는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최효진 사장은 “직장인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과 불안감을 털어놓고 전문적인 조언을 받지 않고 있다”며 “체계적인 준비와 축적된 정보가 전제돼야 성공적인 경력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직장생활 불안심리 진단해 보세요”▼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조기퇴직 등 주변의 뒤숭숭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덩달아 불안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불안심리는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헤드헌팅업체 HR코리아는 이를 체크해 보는 ‘직장인 자가진단 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HR코리아에 따르면 43점 이상의 점수는 직장생활에 심한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당장의 위협 요인은 없어도 장래의 불안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다양한 문제 요인이 혼합돼 있어 먼저 해결, 실천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커리어 전문가나 직장 내 멘토(mentor)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30∼42점에 속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부족하고 업무 유지에 대한 부담감이 큰 편이다. 스트레스로 만성 피로가 쌓일 우려가 있다. 커리어에 대한 장단기 목표를 세우고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게 효과적이다.

17∼29점은 평소에는 안정된 상태로 일하지만 때때로 불안감을 느끼는 부류. 주변 동료나 지인들의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감과 의지가 요구된다.

16점 이하는 안정적으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직장인 불안감 자가진단 리스트
1. 최근 회사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2. 지난해 사내 평가에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았다.
3. 최근 들어 사내 정보에 민감하지 못하다.
4. 5년 후 나의 모습을 예측하기 어렵다.
5. 인생의 목표가 설계되어 있지 않다.
6. 자기계발을 위해 무언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실천하고 있는 것이 없다.
7. 동료들이 경쟁자라는 의식 때문에 위협을 느낀다.
8. 때때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9. 업무 외에 자신 있게 할 줄 아는 특기가 없다.
10.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6개월이 지나도록 이직 하기 어려울 것 같다.
11.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2개월 내 경제적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항목별로 1점에서 5점까지 매김.
(매우 그렇다 5점, 그렇다 4점, 보통 3점, 그렇지 않다 2점, 매우 그렇지 않다 1점)
자료:HR코리아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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