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사와 서울복지재단이 함께 펼치고 있는 ‘행복나눔네트워크’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자원봉사 행사에 참가한 두 가족을 따라가 봤다.》
▼‘초보’봉사 정영학씨 가족▼
정영학(鄭英學·43) 씨 가족은 봉사활동 경험이 거의 없는 초보. 이들이 찾아간 이모(86) 할아버지가 “와준 것만 해도 고맙다”며 “청소는 안 해도 되니 그냥 앉아 있으라”고 고집하자 고민에 빠졌다.
정 씨가 부인 여귀옥(呂貴玉·41) 씨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묻자 여 씨는 남편에게 “복지재단에 전화해 봐”라고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정 씨 가족은 그냥 일어서서 아무 말 없이 청소에 나섰다. 할아버지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작은 아들 동준(11)은 신발장 정리와 현관 청소를 맡았고 큰 아들 용준(13)은 방바닥을 걸레로 문지른 뒤 복도로 나가 할아버지의 구두를 닦았다. 집안일을 해본 일이 없다던 용준은 할아버지와 옆집 할머니의 칭찬을 듣고 우쭐해졌다.
서울지하철공사 신대방역 역무원인 정 씨는 “용준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애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 자원봉사에 참가키로 했다”며 “어르신께 도움을 드렸다기보다는 나와 애들에게 좋은 수업이 됐다”고 말했다.
▼‘고참’봉사 이희영씨 가족▼
이희영(李羲永·47·자영업) 씨와 9세 쌍둥이 형제 승로, 경로는 독거노인 유모(74) 할머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큰절부터 올렸다.
이 씨는 “딸 둘을 낳은 뒤 본 셋째가 쌍둥이여서 가족이 6명이나 되고 오늘은 ‘남자팀’ ‘여자팀’으로 나눠 두 집에 자원봉사를 나왔다”는 등 먼저 자기 가족 이야기를 시시콜콜 꺼냈다.
그러자 유 할머니도 “출가한 딸이 있어 정부보조금을 적게 받아. 중풍 때문에 바깥출입이 너무 어려워”라는 등 점차 마음을 열었다.
이 씨 가족은 지난해 자원봉사 시간이 모두 합쳐 255시간이나 되는 ‘자원봉사 베테랑’ 가족. 이날도 역시 능숙했다. 이 씨는 아이들에게 할머니 안마를 시키고 자신은 지저분한 베란다를 청소했다.
같은 시간 부인 송애실(宋愛實·45) 씨와 두 딸인 선인(17), 신애(15) 양은 하반신 장애가 있는 주모(50·여) 씨 집에서 부엌을 청소하고 있었다.
“지난해 큰딸이 가출을 했다가 3일 만에 돌아온 뒤로 가족을 묶어 줄 수 있는 일을 찾다 함께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가족 자원봉사 하려면▼
가족자원봉사는 가족이 한 단위가 돼 참가한다. 가족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자원봉사는 가족 구성원 간에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의 기회를 주고 유대감을 키우며, 자녀에게 사회적 책임을 가르칠 수 있는 등 여러 효과를 준다”고 말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준비와 탐색 단계에서 구성원 전체가 관심 있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것. 가족 구성원 간에 시간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유동적이고 단시간에 완성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택하되, 부담을 주지 않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참여 문의 02-738-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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