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아이 만들기]<4>‘우리집 도서관’만들기

  • 입력 2005년 3월 3일 19시 00분


얼마 전에 대학 선배 집에 들른 적이 있다. 선배는 남편 없이 아들 둘을 키웠는데, 이번에 둘째가 의대를 갔다기에 대견한 마음에 찾아간 것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 들어서니 양 벽면이 마치 서점같이 책으로 가득했다. 대학생이 된 아이들이 읽었던 동화책들이 낡은 채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제야 난 선배의 두 아들이 ‘번듯한 과외 한번 안 하고도’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었는지 짐작이 되었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기 위한 환경은 우선 가정에서 시작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집안 어딘가에 ‘가정 도서관’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베란다나 작은 방, 아니면 거실의 어떤 공간에 책꽂이를 놓고, 가족이 각자 몇 권의 책을 정돈해 놓으면 훌륭한 가정 도서관이 된다. 독서는 가능하면 그 공간에 모여 일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도서관 개관 시간에는 가족 모두가 책을 보고, 매일 하는 것이 힘들면,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정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는다.

가정 도서관을 만들고 난 뒤에는 회의를 통해 가족의 특성과 가훈을 생각해서 예쁜 이름을 붙이면 더욱 친밀감을 갖게 된다.

‘느티나무 집 도서관’ ‘책벌레 모이는 곳’ ‘파란 집’ ‘꿈터’….

가정도서관에는 신문과 월간지가 비치되어 있으면 활용하기 쉽다. 신문은 아이들이 쉽게 시사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해주고 매일 실용적인 글에 익숙하게 해준다. 또 좋은 월간지는 종류에 따라 정보도 주고, 다양한 형태의 글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도서관처럼 가족끼리라도 대출기록부를 적는 게 좋고, 서로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나 자신이 읽은 책의 감상을 적는 게시판 같은 것을 두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면 가정 도서관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가정 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소유하는 것의 소중함도 알았으면 좋겠다. 같은 책이라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과 체험을 준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닫게 하면 독서의 의미가 배가된다. 읽고 난 책을 간직하면서 책을 가지는 행복을 체험하는 것은 어떨까? 읽은 책을 버리지 말고 커 가면서 가끔씩 꺼내 읽게 해주면 추억의 맛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가정도서관’들이 형편에 따라 동네 아이들에게도 책을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로 발전했으면 한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 도서관은 퇴직한 노부부가 좁은 거실이나 지하 방 같은데 도서관을 만들고 아이들을 모아서 옛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림동화도 보여주면서 시작되었다. 함께 읽는 독서 문화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토론 문화를 가까이 하고, 공공 도서관 예절도 배우게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오길주 문예원 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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