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행정구역 개편 과정은 서울은 인구가 증가한 만큼 계속 분구를 했고 지방은 대개 관료적 논리에 따라 군을 시로 승격시키거나 광역시를 증설해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도시 이외의 지역이 공동화하면서 행정과 재정 능력의 저하로 자치단체 간에 심각한 불균형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또한 핵심 도시 지역을 독립 행정구역인 광역시로 떼어 준 일부 도의 경우 중심 거점을 상실해 도세가 위축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인위적으로 분구를 거듭한 서울은 현재 25개 자치구가 있지만 구별로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특별한 지역적 정체성이 있는지, 과연 구가 독립된 지역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10년간 서울에서 구청장 직을 수행해 오고 있는 필자도 회의적이다.
시도에서 시군구, 그리고 읍면동으로 이어지는 3단계의 현행 지방 행정체계는 우선 비효율 고비용의 운영 시스템이면서 자치단체 간 업무가 상당 부분 중복되는 낭비 요소를 갖고 있다. 미국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철저히 업무를 분담하는 단층제 시스템이며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도 외형은 다층제지만 역할 분담이 확실한 실질적 단층제를 운영하고 있고 북한도 도·직할시에서 곧바로 군·이(里)로 연계되는 2계층의 행정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서울을 광역시로 개편하자는 논의는 유구한 역사성과 정치 문화적 의미를 갖는 서울특별시의 위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이다. 어쨌든 서울을 인구 150만 명 정도의 7, 8개 광역시로 분할한다면 현행 3단계인 행정체계가 2계층으로 줄어들면서 인력과 조직 운영 면에서 막대한 예산 및 기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서울특별시는 수도청으로서의 특별한 지위와 역할은 계속 유지하면서 광역적 행정 서비스만을 담당하게 하고, 새로 생기는 7, 8개 광역시에는 광범위하고도 실질적인 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지방의 경우는 도와 광역시를 없애고 주민의 실제적 편익과 국가 발전 전략을 최우선으로 하여 전국 행정구역을 인구 50만∼100만 명의 60∼70개 광역자치단체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행정구역 개편 문제만큼은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를 결부시키지 말고 순수하게 지방분권과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적극 형성해 나갔으면 한다.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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