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같은 항타의 말은 위표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이를 악물어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군사를 무원(武垣) 쪽으로 돌렸다.
위표가 남은 군사들을 이끌고 무원으로 달아났다는 걸 한신이 들은 것은 곡양을 나와서도 한나절이나 지난 뒤였다. 한신은 곧 날랜 말을 탄 군사를 조참에게 보내 이르게 했다.
<위표가 곡양에서 달아나 무원으로 가고 있소. 장군은 곧장 무원으로 가서 위표의 앞을 막고 그 어미와 처자를 끌어내 항복을 권해보시오. 나도 곧 군사를 이끌고 뒤따라가서 위표가 달아날 길을 끊겠소.>
이에 조참이 먼저 무원으로 가서 위표가 오기를 기다리고, 그런 위표 뒤를 한신이 쫓으니 위표는 마치 몰이꾼에게 몰리는 사냥감 같은 꼴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지 못해
무원에만 가면 당장 무슨 큰 수가 나는 듯 지름길로 내달았다.
그런데 위표가 미처 무원에 이르기도 전이었다. 한군데 야트막한 언덕사이를 지나는데 요란한 북소리와 함성에 이어 한 갈래 대군이 쏟아져 나와 길을 막았다. 위표가 놀란 눈으로 살펴보니 난데없는 한군의 깃발과 복색이었다. 한 장수가 달려 나와 길을 막으며 꾸짖었다.
“위표는 어디로 달아나는가? 어서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위표의 눈에 익은 그 장수는 다름 아닌 조참이었다. 위표가 악에 바쳐 창을 꼬나들며 맞받았다.
“내 뜻은 이미 역이기((력,역)食其) 노인에게 전했으니, 순순히 길이나 열어라. 나는 돌아가 조상의 땅을 지킬 뿐 더는 오만하고 무례한 한왕의 종노릇은 하지 않을 것이다. 길을 열지 않으면 힘을 다해 뚫고 나갈 따름이다!”
그러자 조참이 껄껄 웃으며 소리쳤다.
“부모처자도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조상의 땅을 어떻게 지키겠느냐? 네 늙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들이 모두 여기 있으니 그들을 살리고 싶으면 어서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내 듣기로 천하를 다투려는 사람은 남의 부모와 처자를 볼모로 삼지 않는다 했다. 한왕이 너를 시켜 내 부모와 처자를 해친다면, 패왕에게 잡혀가 있는 한왕의 부모처자는 또 어찌 되겠느냐?”
위표가 그래도 기죽지 않고 그렇게 악을 쓰며 버텼다. 조참도 위표의 말을 듣고 보니 당장은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려는데 이번에는 위군(魏軍) 뒤쪽에서 부연 먼지와 함께 크게 함성이 일었다.
“이놈 위표야, 이제는 한신 대장군까지 내 등 뒤에 이르셨다. 그런데 아직도 내 처지를 모르고 발악을 하느냐? 우리 대왕께 아직 너를 아끼는 마음이 남아있을 때 어서 항복하여 목숨이라도 건져라.”
때마침 이른 한신의 대군을 알아본 조참이 위표를 보고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위표는 몰릴수록 악에 바쳐 뻗대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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