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충청 신당’ 정치권 반응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21분


자민련 “심지사 배신행위”자민련 김학원 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심대평 충남지사의 탈당을 ‘배신 행위’라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신당 합류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며 당을 흔들기 위한 정치 행태”라고 주장했다. 김경제 기자
자민련 “심지사 배신행위”
자민련 김학원 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심대평 충남지사의 탈당을 ‘배신 행위’라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신당 합류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며 당을 흔들기 위한 정치 행태”라고 주장했다. 김경제 기자
행정도시 이전과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가 추진하는 충청을 거점으로 한 신당 창당 움직임으로 정치권의 ‘중원(中原)’인 충청권이 요동치고 있다. 각 정파는 벌써부터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충청지역은 역대 대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해 왔다. 1992년 14대 대선 이후 굳어진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의 예고편이 충청에서부터 일찌감치 막이 오른 셈이다.

▽행정도시, 알파와 오메가=17대 총선으로 자민련이 몰락한 뒤 열린우리당은 충청의 ‘대주주’로 부상했다. 충청권 24석 중 19석을 휩쓸었다. 2002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행정수도 이전’의 약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3월 2일을 행정도시 관련법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것도 2007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신행정도시 예정지역 지정, 고시 △부지 매입, 보상 △사업시행자 지정 △건설사업 실시계획 수립, 승인 등의 절차를 역산해 보면 2007년 대선 전 착공을 위해서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불가피했다. 당의 한 중간당직자는 “핵심은 역시 대선”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점에서 ‘충청 신당’의 출현 가능성에 여권은 적지 않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정치적 파괴력이 미약할 것”이라는 당직자들의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그 기저에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심리도 깔려 있다. 지역 성향이 강한 자민련과 수도 이전을 반대한 한나라당의 무기력함에 느긋해했던 여권을 긴장시키는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특히 신당이 행정도시 건설의 과실을 따먹으면서 전통적인 충청의 보수성향과 지역성을 자극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민병두(閔丙두) 당 기조위원장은 “지역적 이슈를 명분으로 앞세웠다는 점과 국회에서 행정도시 관련법이 통과된 뒤라는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관망하고 있다”고 일단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우려 반, 기대 반’=충청권 신당에 대한 한나라당 내의 평가는 ‘우려 반, 기대 반’이다.

신당까지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의 충청권 입지가 결정적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번 신당이 1995년 태동한 자민련의 파괴력에 못 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있다.

자민련은 당시 김영삼(金泳三) 정권에서 충청권이 ‘왕따’를 당한 데 대한 반발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충청권의 유일한 현역인 홍문표(洪文杓) 의원은 “심 지사와 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몸값’을 올리기 위해 탈당한 것인 만큼 실리와 명분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신당을 2007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시한부 정당’으로 보고 있다.

이 신당이 대선에서 독자 후보를 내기 힘든 만큼 여야 후보 진영과 ‘정치적 협상’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한나라당은 대전 충남과 충북의 기류가 다른 만큼 철저히 분리 대응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충북에서 충청권의 교두보를 지키겠다는 속셈이다.

▽‘신당이 가는 길’=심 지사는 8일 자민련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 정파 정당을 초월해 행정도시 추진에 전심전력하기 위해 자민련을 떠나겠다”고 밝힌 뒤 신당 창당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당의 성향은 이념적으로는 보수, 지역적으로는 충청이 기반이다. 김종필(金鍾泌) 전 자민련 총재의 정계은퇴로 진공상태가 된 이 지역에서 이념상으로는 열린우리당과 차별화하면서 지역정서를 묶어내겠다는 포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만 승리한다면 2007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하지만 장래는 불투명하다. 자민련과의 충청권 맹주를 둘러싼 경쟁이 이전투구(泥田鬪狗)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역적으로 한계도 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심 지사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좀 더 매진하기 위해’라며 탈당했는데 행정도시법이 통과된 상태에서 집행만 남은 상황에 탈당을 한 것은 이해타산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심 지사를 향한 자민련의 ‘배신자’ 공세는 이미 시작됐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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