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수만 년 한반도를 지켜왔던 중대형 야생 동물이 사라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야생동물들이 멸종이 불과 100년 사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땅에서 살고 있는 인간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42종을 '멸종위기 야생 동물' 1급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114종을 '멸종위기 야생 동물' 2급으로 지정하고 있다.
중대형 포유 동물을 중심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생태계를 살펴본다. 최근 사라진 동물에 대한 복원 움직임과 함께 북한의 천연기념물도 소개한다.》
○ 호랑이
‘산중의 왕’ 호랑이는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져 산신령(山神靈) 산군(山君) 노야(老爺)로 불렸다.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서울 사대문 안에 출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 토종 호랑이는 동물원에서조차 볼 수 없다.
일제강점기 100여 마리 이상 남획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후 6·25전쟁으로 인한 환경 파괴로 현재 북한에서 10여 마리만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랑이를 ‘조선범’으로 부르는 북한에서는 백두산조선범(천연기념물 제357호), 자강도 와갈봉조선범(제123호), 강원도 추애산조선범(제205호) 등 3개 지역의 호랑이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한 단체가 비무장지대(DMZ)에 한국 호랑이가 최소한 4마리가 있다며 국제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고양잇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길이 260∼330cm, 체중은 100∼306kg. 교미 시기는 12월에서 다음 해 1월 사이이며 93∼111일의 임신 기간을 거쳐 바위굴과 관목 숲 등에서 3, 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번식기이거나 새끼를 데리고 있는 암컷을 제외하고는 단독생활을 즐긴다.
○ 반달가슴곰
더 이상 한반도에서는 찾아 볼 수 없지만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백두대간 및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새끼 반달곰 6마리를 들여왔고 2008년까지 30마리를 지리산에 풀어놓을 계획이다.
이미 방사했던 장군이와 반돌이는 사육농장에서 태어난 것으로 토종 반달곰과 비교할 때 유전자의 3%가 다른 것으로 드러나 연구와 교육용으로만 활용한다.
북한은 곰 가운데 자강도 용림군 용림큰곰(제123호)과 함경북도 관모봉큰곰(제330호)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반달가슴곰과는 종이 다른 불곰이다. 호랑이도 피할 정도로 사나운 것으로 유명하다.
☞아시아 흑곰의 아종. 천연기념물 제329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몸길이 120∼180cm에 체중은 65∼150kg. 앞가슴에 V자의 흰 무늬가 있어 반달가슴곰이라고 한다. 6∼7월이 교미기이지만 수정란의 착상이 늦어져 1, 2월 새끼를 낳는다. 수명은 15∼20년.
고산지대의 활엽수림에 서식하며 잡식성으로 도토리 나무열매 곤충 가재 등을 주로 먹는다. 입동 한 주 전쯤부터 3월 중하순까지 바위굴이나 큰 나무 구멍에서 겨울잠을 잔다.
○ 수달
하천과 저수지 등 담수와 해안 및 도서지방에 서식하며 수질오염에 민감해 일부 학자들은 가장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동물로 꼽고 있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며 물 속에서 6∼8분 정도 먹이를 사냥할 수 있다. 서식지는 넓은 편이지만 개체수가 매우 적다.
국내 최초의 ‘수달연구센터’가 5일 강원 화천군 하남면 옛 거례분교 자리에 개관했다. 화천군은 이 센터를 중심으로 파로호 등 화천군 일대를 수달 서식지로 복원할 예정이다.
북한은 함경북도 연사군 신양수달(제331호), 평안남도 대흥군 대흥수달(제55호), 강원 법동군 법동수달(제249호)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1979년 북한은 임진강 상류에서 10마리가 관찰된 것으로 보고했다.
☞족제빗과.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몸길이 76∼90cm에 체중은 20kg. 교미기는 12월에서 다음 해 2월 사이이며 4월경 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임신 기간은 60여 일이며 22년까지 생존했다는 기록이 있다.
○ 붉은박쥐
몸 색깔이 특이하게 오렌지색으로 오렌지윗수염박쥐 또는 황금박쥐로도 불린다. 강원 인제 정선 홍천군, 충남 공주시, 충북 단양 영동군, 경남 통영시, 전남 함평군 등에서 서식하고 있다.
최대 서식지는 전남 함평군으로 한 동굴에서 120여 마리가 무리 지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함평군은 황금박쥐의 상징성을 활용하기 위해 30억 원을 들여 순금 황금박쥐상 제작을 의뢰했다. 완성된 황금박쥐상은 한국곤충생태체험 타운의 황금박쥐생태관에 전시될 예정.
☞박쥐목 애기박쥣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류 가운데 중간 크기에 속하는 것으로 몸길이는 5cm 내외다. 자연동굴과 폐광, 오래된 사찰 등에 서식하며 공중을 날 수 있는 야행성 동물이다. 수명은 6∼7년.
○ 스라소니
성질이 사납고 투쟁력이 강한 기습공격의 명수. 최근 남한에서도 서식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개마고원 등 고지대에 소수가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범의 끝새끼’라고 부른다.
☞고양잇과. 몸길이 84∼105cm. 고양잇과 동물 중 특이하게 꼬리가 짧고 뭉툭하다.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교미기는 1∼3월이며 4∼6월에 2, 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수명은 15년 정도. 울창한 산림에 서식하며 단독생활을 주로 한다.
○ 표범
일제강점기에 인명과 가축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무려 600여 마리를 포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2년 경남 합천군 가야산에서 수컷 한 마리를 포획했다는 기록을 끝으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2002년 5월 강원 인제군 민통선 인근지역에서 발견한 대형 야생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을 정밀 분석한 결과 표범의 것으로 결론을 내려 생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양잇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몸길이 107∼160cm에 체중은 30∼75kg. 호랑이보다 더 날씬하고 균형이 잡힌 체형이다. 1월에 교미해 약 100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2, 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2년 뒤 독립하고 수명은 20∼25년.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 달리 간혹 부패한 사체를 먹기도 한다.
○ 쇠고래
암초가 많은 연근해에서 귀신처럼 불쑥 솟은 채 모습을 나타낸다고 해서 ‘귀신고래’로 불린다. 여름에 오호츠크해에서 먹이를 먹어 에너지를 비축한 뒤 겨울 동해안을 따라 남하한다. 남해안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다가 봄에 다시 북상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계 귀신고래’로도 불린다.
한반도와 고래의 인연은 선사시대로 거슬러간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는 고래 50여 마리와 고래를 잡는 사람, 고래잡이 그물 등 고래와 관련된 생생한 그림이 있다.
4월말 개관 예정인 장생포 고래박물관은 최근 13.5m에 이르는 한국계 귀신 고래 실물모형을 설치했다.
☞최대 몸길이는 16m, 체중은 45t. 몸 전체가 흑색이며 바다새우 물고기알 플랑크톤 등을 주식으로 한다. 2년마다 새끼 1마리를 낳으며 임신 기간은 1년.
‘울산 극경(克鯨) 회유해면’은 쇠고래 회유지인 울산 남구 장생포 앞바다. 천연기념물 제126호로 지정돼 있다. 극경은 쇠고래의 일본어 명칭 ‘고쿠쿠지라’의 한자 표기.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호랑이 사향노루…北 천연기념물 동물 100-식물 210종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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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와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환경 훼손이 문제이긴 하지만 여전히 풍부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북한은 현재 동물 100여 종과 식물 210여 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학술적 가치와 희귀성이 천연기념물 지정의 요건인 반면 북측은 김일성 부자의 기념식수 등 정치적 배경이 깔린 대상도 포함돼 있다.
또 같은 종이라고 해도 조선범(호랑이)의 경우 ‘백두산조선범’ ‘와갈봉조선범’ ‘추애산조선범’ 등 서식지를 구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도 남측과 다른 점이다.
명칭에서도 차이가 있다. 동물에서는 ‘이로운 짐승’ ‘이로운 새’ ‘집짐승’ 등의 분류가 있고 나비와 나방을 각각 ‘낮나비’와 ‘밤나비’로 부르기도 한다.
1989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가 국제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한 백두산 일대는 그 자체가 천연기념물이나 다름없다. 조선범, 누렁이(붉은사슴), 큰곰(불곰), 사향노루 등 희귀 동물 54종, 세가락딱따구리와 메닭 등 조류 180종, 물고기 30종 등 무려 18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남측에서 대형 동물이 차례로 멸종되는 상황에서 종(種)을 복원하고 서식지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교류가 절실해졌다.
크낙새(천연기념물 제197호)는 딱따구릿과의 일종으로 동아시아에서 한반도 중부지역에만 생존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클락 클락’ 운다고 해서 클락새로 부른다. 1980년대 초반까지 경기 광릉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남측 크낙새는 지금은 서식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측에서는 황해남도 봉천군 봉천클락새살이터(제157호)와 황해북도 인산군 인산클락새살이터(제173호) 등에 2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백만 년 이전에 출현해 오늘날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살아 있는 화석동물’로 불리는 사향노루도 희귀동물이다. 남쪽에서는 서식 여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북측에서는 함경북도 은덕군 녹야리사향노루(337호) 등 4개 지역의 사향노루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한상훈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장은 “백두산에서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이 한반도 자연환경의 근간이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을 분리한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다”며 “멸종되고 있는 종의 복원과 보호를 위해 비무장지대 생태 조사 등 남북간 교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북 주요 동물의 명칭 차이 | ||
남한명 | 북한명 | 특징 |
붉은박쥐 | 검은오렌지웃수염박쥐 | 남한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지정. 북측에서는 강원 문천시 덕흥박쥐굴을 천연기념물 제250호로 지정. 이 굴은 여러 종의 박쥐 서식지로 유명 |
산달 | 누른돈 | 털이 누런 것이 특징. 남한에서는 1924년 이후 사라진 수수께끼의 동물 |
검은담비 | 검은돈 | 북한에서는 삼지연검은돈, 백암검은돈, 보천검은돈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
무산쇠족제비 | 흰족제비 | 남한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북에서는 마양흰족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
붉은사슴 | 누렁이 | 국내 사슴 가운데 가장 큰 종류. 북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
대륙사슴 | 사슴 | 일제강점기 남획으로 남한에서는 멸종한 것으로 추정. 북한은 백암사슴과 삼지연사슴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
우는토끼 | 쥐토끼 | 북에서는 백암쥐토끼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
하늘다람쥐 | 날다라미 | 청솔모과 포유류. 남한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8호, 북한 묘향산날다라미는 제83호 |
반달가슴곰 | 곰 | 남한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지정 |
독수리 | 번대수리 | 남한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 |
개리 | 물개리 | 흔하지 않은 겨울새로 남한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5호로 지정 |
가창오리 | 반달오리 | 남한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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