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가 다양해질수록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점점 늘어난다. 수능 준비에 내신 공부, 논술 구술 대비에 봉사활동 등 ‘경력관리’까지.
그렇다고 ‘공부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독서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빡빡한 현실 속에서 책을 즐겁게 접할 수 있을까?
학습만화가 하나의 해법을 줄 수 있겠다. 쉬는 짬짬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교양까지 키워 주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만화 21세기 키워드’도 이러한 유익함이 담긴 책이다. 이 책에는 나노 기술, 생물 강철, 정서 컴퓨터, 가상 인간 등 21세기의 화두가 될 만한 첨단 기술들이 빼곡히 소개되어 있다. 새로운 변화에 흥미를 갖는 10대들의 눈길을 금방 사로잡는 신기한 분야들이다.
과학기술 분야를 설명하는 쉽지 않은 내용인데도 친절한 예화와 잘 알려진 만화 캐릭터들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컴퓨터프로그램 등에서 필수적인 알고리즘(algorism)을 예로 들어 보자. 지은이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사람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재미있게 보여 주며 설명을 시작한다. 문제 해결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발견적 방법(heuristic)으로 경험에 기초한 방식이다. 전에 돌을 캐 보았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도 땅을 파서 돌을 꺼내자는 식이다.
알고리즘은 문제 해결 절차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34+56’ 같은 수식 계산은 똑같은 셈을 반복했다기보다 덧셈의 원리 자체를 익혔기 때문에 할 수 있다. 설명을 따라가 보면 알고리즘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조작 단계를 명시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나아가 지은이는 알 자브르(al-jabr)라는 알고리즘의 어원(語源), 그리고 튜링 테스트(turing test) 등 굵직한 관련 역사까지도 일러준다. 이 책에는 독서 토론을 할 만한 읽을거리도 많다. 안락사같이 전통적 논제에서부터 카오스이론이나 생물모방과학 등 신(新)과학의 첨단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점이 가능한 주제들이 담겨 있다.
함께 책을 읽는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토론이 벌어질 수 있겠다. 아울러 좋은 학습만화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독서 욕구를 느끼게 한다. 이 책과 함께 ‘과학 콘서트’(동아시아) ‘틴 사이언스’(휴머니스트) 같은 보다 수준 높은 사고로 가는 데 징검다리가 될 만한 책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만화 21세기 키워드’는 깊고 넓은 과학 독서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안광복 서울 중동고 철학교사·학교 도서관 총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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