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영화 ‘바람난 가족’과 평창동

  • 입력 2005년 3월 11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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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난 가족’의 지식인 부부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이미 서로에 대한 사랑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아래). 영화 제작진은 시나리오와 기본 설정을 정한 뒤 촬영 장소로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가를 택해 이 동네 고급주택 한 채를 빌렸다. 평창동 단독주택가는 교통은 불편하지만 공기가 맑고 풍경이 수려해 예술인과 학술인, 고위 정치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영화 ‘바람난 가족’의 지식인 부부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이미 서로에 대한 사랑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아래). 영화 제작진은 시나리오와 기본 설정을 정한 뒤 촬영 장소로 서울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가를 택해 이 동네 고급주택 한 채를 빌렸다. 평창동 단독주택가는 교통은 불편하지만 공기가 맑고 풍경이 수려해 예술인과 학술인, 고위 정치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변호사 남편은 한참 연하의 사진작가와 바람을 피우고, 전직 무용수인 아내는 옆집 고교생과 바람이 난다. 초등학생 아들은 자신이 입양됐다는 걸 알고 괴로워하는데 그 와중에 변호사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동창과 늦바람이 든다.

온 가족이 혼외정사에 빠진다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영화 ‘바람난 가족’(2003년)은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위기와 해체를 날카롭게 그린 수작. 해외에서는 스톡홀름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촬영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판 아메리칸 뷰티’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다. 딸의 친구에게 눈독을 들이는 아버지나 옆집 고교생과 불륜을 저지르는 어머니 등 파격적인 소재,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과 가족 해체라는 주제, 파국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암시하는 결말이 닮아서일 게다.

속으로는 곪았지만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중상류 가족을 묘사하기 위해 ‘아메리칸 뷰티’는 대도시 교외의 고급주택가를 택했고, ‘바람난 가족’은 서울의 부촌으로 소문난 종로구 평창동 단독주택가에서 촬영했다.

영화에서 집 주변으로 나오는 장소가 평창동인 것은 물론이고, 집 내부도 세트가 아닌 이 지역의 한 고급주택이다. 제작진이 영화 촬영을 위해 집을 한 채 빌렸고, 꼼꼼히 보면 이 집 주소가 영화에 몇 번 등장한다.

‘쿨하디 쿨한’ 영화 속 엘리트 변호사와 무용가 아내가 실존인물이었더라도 평창동에 살지 않았을까. 같은 부촌이라도 평창동은 재벌가가 많은 성북동이나 한남동, 신흥 부자가 많은 강남구 청담동, 압구정동과는 다르다. 북한산 기슭에서 맑은 공기와 좋은 풍경을 누리며 조용히 살겠다는 동네다.

소비지향적인 업소가 거의 없고 대신 미술관과 갤러리가 10여 곳 있다. 주로 학술인, 예술인, 정치인이 많이 산다. 이어령(李御寧) 전 문화부 장관, 송석구(宋錫球) 전 동국대 총장, 소설가 박범신 씨와 조훈현 9단 등이 평창동 주민. 정치인이 많은 것은 풍수지리가 좋기 때문이라고.

동네 이름은 조선시대에 이곳에 있었던 국가 곡물창고 평창(平倉)에서 유래했다. 가 보면 거리에 감도는 조용함과 북한산이 보이는 수려한 경관에 부러움이 인다. 맑은 공기와 풍경도 큰 집 순인지, 위로 갈수록 별장이나 성채 같은 집들이 있고, 아랫자락에는 빌라가 많다.

당장 평창동 주민이 될 수 없다면 이 지역 갤러리라도 둘러보며 기분을 내면 어떨지. 가나아트센터, 서울옥션, 이응노미술관, 갤러리 세줄 등 유명한 갤러리가 한 곳에 몰려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올림피아호텔행 버스를 탄 뒤 호텔 앞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된다.

평창동사무소 홈페이지(pyeongchang.cybervil.go.kr)에 이들 미술관과 북한산국립공원에 대한 정보가 잘 정리돼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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