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희일]지진대비, 평소에 관심 가져야

  • 입력 2005년 3월 21일 18시 19분


20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있었던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이 지진은 우리나라 전역을 뒤흔들어 휴일 오전을 즐기던 국민을 잠시나마 공포에 떨게 했다. 전국을 뒤흔든 지진은 1996년 12월 강원 영월군에서 일어났던 리히터 규모 4.5의 지진 이후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같은 강력한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우리나라는 과연 지진 안전지대인가’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한가’ 등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평소 생각은 이 질문들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지역에 따라 빈도와 규모의 상대적인 차이는 있을지라도 지구상에서 지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지역은 아무 곳도 없다. 설령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해도 지진은 일단 발생하면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두 번째 질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비록 첨단 과학기술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예측이 가능하다 해도 상황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태풍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태풍은 발생부터 소멸까지 그 이동 경로와 위력 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매년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지 않은가. 지진의 경우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만약 서울에서 언제 얼마만 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예측이 100% 맞는다 해도 모든 서울시민이 단시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남아 있는 시설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 아무런 대비도 없이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답은 당연한 말로 들리겠지만 “평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재해 방재에 관한 한 평소 그 사회가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책을 세우고 방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느냐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재난방송 체계도 필수적이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지진은 말할 것도 없고 태풍, 지진해일,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아주 미미하다는 점에서 평소의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자연재해 방재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투자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일종의 보험인 것이다.

한국의 지진학자들이 모이면 하는 말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봄하고 가을에 두 번 일어나야지 그중 한 번만 일어나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예산을 짜는 봄철과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키는 가을철에 지진이 일어나야만 그나마 관련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지진재해 관련 예산과 연구비를 마련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진재해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인식을 비꼬아 하는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필자의 휴대전화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자료 분석시스템이 보내는 후쿠오카 지진의 여진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끊임없이 수신되고 있다. 마치 “빨리 한국도 지진대비책을 세우라”는 경고처럼…. 20일 지진을 계기로 우리 국민이 지진을 포함한 모든 자연재해로부터 좀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재해방재 관련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투자와 대책 마련에 임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관계 당국에 촉구한다.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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