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탈, 전쟁과 경제적 급성장의 회오리 속에 가라앉은 듯하던 문화사랑의 피가 한민족의 핏줄에 면면히 흐르는구나 하는 기쁜 마음 한편으로 이 기회에 ‘교실 밖 교육’과 연계한 특화된 박물관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소망도 생긴다. 우리의 대중가요 변천사를 보여주는 노래박물관, 우리의 잃어버린 영화 ‘아리랑’에서부터 최근의 ‘말아톤’까지를 아우르는 영화박물관 등 다양한 소재의 특화된 문화박물관은 우리 문화의 단면 단면을 자세히 가르쳐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영어는 술술 말하면서도 우리 문화를 소개해 달라는 외국인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는 학생들을 숱하게 보면서 항상 어릴 때부터 즐기며 배울 수 있는 특화된 테마박물관과 미술관이 아쉬웠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해 물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맹한 미소’보다는 우리 문화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난 후의 ‘빛나는 미소’로 우리 학생들이 답해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다면 테마박물관을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을지도 고민해 볼 일이다. 작은 규모의 테마박물관은 특정 주제에 대해 더욱 깊게 배울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즉 어린이에게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특정 주제에 대해 재미있고 즐겁게 설명해 주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왔을 때는 나름대로 그 눈높이에 맞는 대화와 설명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해설사를 두는 등 자생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게다가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이 수업 없는 날로 바뀌는 만큼 그에 알맞은 프로그램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등 다각적인 홍보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고민 속에서도 정작 가장 아쉬운 것은 작은 문화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전문적인 해설사와 뛰어난 인프라를 갖추고도 방문객이 뜸한 작은 박물관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들만을 탓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크고 거창한 것, 해외 박물관과 제휴하거나 언론에서 조명을 받은 이름깨나 날린 전시회와 박물관만을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관 탓도 있지 않은가 싶다.
음식점은 주차된 차가 많은 곳이나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 인파가 음식의 맛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실핏줄처럼 모인 소규모의 작은 문화들이 우리나라의 큰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 꽃피는 춘삼월,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작은 박물관, 작은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신현태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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