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ELS는 원금 보전이 가능한데다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위험도 별로 없고 수익률도 높은 ‘마술 같은 금융상품’은 있을 수 없다.
ELS는 종류가 천차만별이며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수익구조도 다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LS는 원금 보전이 완전하지 않고, 반대로 원금이 100% 보전되면 기대수익률이 낮다.
다른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ELS도 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느냐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달라지는 것이다.
▽원금 보전은 채권 투자로 이뤄진다=ELS가 원금을 보전할 수 있는 이유는 펀드 자금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주가연계증권’이라는 이름과 달리 ELS는 펀드 자금의 9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다.
원금을 완전히 보전하는 ELS가 만들어지는 구조는 이렇다.
펀드 만기가 1년이라고 가정할 때 펀드 자금의 96%를 연리 4%의 채권에 투자한다. 일단 이렇게 해 두면 1년이 지났을 때 원금은 보전할 수 있다.
남은 4%의 돈으로 주식이나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하는 돈이 원금의 4%밖에 안 되니 기대 수익률도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만약 연리 4%의 채권에 원금의 90%만 투자하는 ELS가 있다면 이 ELS는 원금의 94%까지만 보장된다. 대신 채권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하는 돈이 전체 투자액의 10%로 늘어나므로 기대 수익률도 다소 높아진다.
따라서 ELS가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ELS도 다른 펀드 상품처럼 더 안전할수록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고, 덜 안전할수록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복잡한 ELS 구조=ELS의 종류는 채권 투자분을 빼고 남은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투자할 수도 있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종목을 살 수도 있다. 또 그 돈으로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해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ELS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렇게 간단한 구조를 가진 ELS는 없다. 대부분 ELS는 주식과 파생상품을 섞어 대단히 복잡하게 만든다. ELS의 내부 구조는 ‘금융공학’의 영역이어서 일반인이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드는 구조가 복잡한 만큼 상환 조건도 복잡하다.
대한투자증권이 22일까지 판매한 ‘대한 투스타Ⅷ 파생상품 투자신탁1호’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펀드는 돈을 넣은 뒤 4개월마다 ‘투자금+α’를 돌려받을 기회를 갖는다. 돌려받는 돈은 원금에 연 이율 7.5%가 더해진 금액이다.
그런데 돈을 돌려받는 조건이 복잡하고 신기하다.
우선 꼭 4개월이 되는 날 코스피200지수가 기준일 지수에 비해 30% 이상 하락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가 기준일 주가보다 높거나 4개월 동안 종가가 하루라도 기준일 주가보다 10% 이상 높으면 ‘원금+연이율 7.5%’를 돌려받는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회는 다음 4개월째로 넘어간다. 4개월을 더 기다린 뒤 역시 위의 조건이 충족되면 ‘원금+연이율 7.5%’를 받는다. 실패하면 다시 4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조건을 따져보자=투자자들은 어떻게 이런 조건으로 수익이 가능한지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다만 걸려 있는 조건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지, 자신의 투자 성향과 잘 맞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높은 수익을 노려볼 것인지, 아니면 원금 보장에 더 무게를 둘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 뒤 투자 조건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ELS의 장점은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때 수익이 높아지는 것,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동시에 오를 때 수익이 높아지는 것, 삼성전자는 오르고 현대차는 내릴 때 수익이 나는 것 등으로 수만 가지 상품을 만들 수 있다.
그 가운데 자신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을 골라 투자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ELS는 만기가 3년 정도로 긴데다 환매(중도 인출)를 하는 데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만기 전에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얼마를 내야 하는 다른 펀드와는 달리 ELS는 환매 받는 전체 금액의 7∼10%를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의 이재순 팀장은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선전에 현혹되지 말고 상품 수익 구조가 자신의 기대와 성향에 맞는지, 환매 조건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핀 뒤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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