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힘을 갖추고 있는가▼
우선 노 대통령의 구상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상적인 착점이 될 수도 있지만 ‘패권국가’를 넘어 ‘제국화’의 길을 가고 있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우리가 균형자 역할을 자처할 때 한미 동맹의 ‘수준’은 어떻게 조정할지, 그 수준 조정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현실적 국제관계에서의 ‘균형자’란 A와 B가 대립할 경우 어느 한쪽을 선택했을 때 그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도록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C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림대 정외과 김재한(金哉翰) 교수는 “우리가 균형자가 되려면 밸런스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힘이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정외과 김우상(金宇祥) 교수는 “균형자는 강대국 국제체제에서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중일 등이 균형자로서 한국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中日러, 한국역할 인정할까▼
대미·대일관계는 물론,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서 보듯 대중국 관계까지 악화된 상황에서 ‘균형자’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진정한 균형자가 되기 위해서는 주변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신뢰가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인 것. 서울대 외교학과 전재성(全在晟) 교수는 “미일과의 긴밀한 관계 없이 중국이나 북한에 레버리지를 행사할 수 없고, 반대로 북-중과의 관계 없이 미일에 레버리지를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19세기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특정국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주변국과의 동맹을 통해 균형자 역할을 수행해 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현안이 생길 때마다 주요 관련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가능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北核문제 해결능력은 있는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동북아 균형자’라는 장기적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김우상 교수는 “최악의 경우 미일이 북한에 대해 다른 방법을 쓰겠다고 나서면 어쩔 것이냐”며 “미국과의 신뢰가 있어야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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