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나성린]‘약한 나라’의 메아리 없는 분노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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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도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국민에게 왜 우리가 빨리 강한 나라가 돼야 하는지를 다시 일깨워 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일본 시마네 현의 독도 조례에 대해 국민이 손가락을 자르는 등 울분을 터뜨리고 정부는 새로운 ‘대일(對日)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처럼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이것이 국제사회에 미친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들이 자기들끼리 분노를 표출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무관심일 뿐이며 만약 한일 두 나라 중 굳이 편을 들어야 한다면 일본 편을 들 나라가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은 독도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가능하면 외교적으로 중립을 지키려 할 것이지만 굳이 편을 들어야 한다면 더 강하고, 평소에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나라를 지지하게 마련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가져가도 이미 재판관을 갖고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가 유리할 것이 없다는 우려도 있다.

▼강한 日에 호의적인 국제사회▼

외국에 살아본 사람들은 거의 알겠지만, 국제사회에선 일본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일반적으로 더 좋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일본인은 예의가 바르고 부자 국민이기에 외국에 살면서도 좋은 인상을 많이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戰犯) 국가이면서도 인류 최초의 원폭 피해 국가로 자신을 각인시키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아무래도 이러저러한 일로 외국인에게 나쁜 인상을 많이 심어주었다. 1988년 올림픽 개최와 2002년 월드컵 개최로 코리아라는 이름이 예전보다 많이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의 선입견을 바꾸기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국제사회가 도덕과 명분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힘이 지배한다는 것은 인류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국제 분쟁에서 강대국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나라 편에 서게 마련이다. 가끔 약소국들이 나름대로의 동맹을 결성해 소리를 내 보지만 자국민 삶의 향상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제 분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만약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을 땐 강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스스로도 강하지 못하고 강한 친구도 없다. 오늘날 몇몇 강대국들의 상호 견제에 의해 국제적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파탄 나고 지구상에 큰 재앙이 덮치면 언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대가 올지 모른다. 이때엔 약한 나라들은 옆의 강대국에 먹히게 마련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는 우리를 지켜줄 동맹국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훨씬 강한 유럽 국가들이 동맹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동맹국을 가지려면 이왕이면 강하고, 우리를 식민지화할 필요가 없고, 사회 전체에 양심과 인도주의가 살아 있는 나라여야 한다. 중국이나 일본은 최근 행태에서 보듯이 패권(覇權)주의에 사로잡혀 있고, 사회적 양심과 인도주의가 부족해 세계 지도국이 될 수 없는 나라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경제성장을 빨리 해서 경제 선진국이 돼야 한다. 경제가 강해져야 군사력도 강해질 수 있고, 그래야만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이 사라지고 통일이 되더라도 또 다른 잠재 적국인 주변 국가들로부터 우리를 방어할 힘이 생길 것이다.

▼국력 키워야 무시 안 당해▼

경제가 선진화돼 국민소득이 높아져야 다른 나라를 도와주고 우리 국민이 외국에 나가 좀 더 품위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소득이 높아져야 우리 국민의 민주의식이 더 높아지고 지금처럼 무식하게 싸우지 않음으로써 보다 쾌적한 나라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처럼 돈은 있지만 편협한 국가가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이제 먹고살 만하게 됐으니 분배를 할 때라든지 균형발전을 해야 한다든지 하는 김칫국 마시는 소리는 그만 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야 한다.

나성린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교수·경제학 hwal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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