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중국 측의 분노와 항의는 정당하다. 이 교과서가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은 중국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중국은 당시의 국제정세를 인식할 수 없었다”며 중국 침략을 합리화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이런 기술(記述)은 역사적 진실이 아닐뿐더러 그릇된 역사를 후대에 상속시킴으로써 아시아의 대립과 갈등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우리와 같은 피해국가인 중국에 이처럼 공감하면서도 역사 문제에서 이율배반적이고 모순된 중국의 태도 또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역사왜곡은 교묘하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점에서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8월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놓고 한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 구두 합의가 있었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왜곡 작업은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 고구려 유적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고구려의 자국역사 편입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대학의 역사교재에서 한국사 부분은 1997년 이후 ‘한국 역사는 한반도의 역사’라고 정의하며 시작된다. 한국사의 범위를 한국 영토 내로 제한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역사를 꿰어 맞추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은 본질적으로 같다. 중국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이 문제를 먼저 시정한 다음에 일본에 항의하는 게 바른 순서다. 그래야 대국(大國)으로서 떳떳하게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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