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팀의 코치는 왕년 봅슬레이 종목 금메달 2관왕 수상 경력의 스타였으나 계속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발각되어 팀 전체가 금메달을 빼앗겼던 수치스러운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이다. 결선을 앞둔 코치와 팀 주장 데리스와의 대화는 제법 깊다.
금메달 2개면 충분하지 않았느냐고, 왜 부정을 저질렀느냐고 물어보는 데리스에게 코치는 다음처럼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배어나는 멋진 말을 한다. “If you’re not enough without it, you’ll never be enough with it. (그게 없어서 채워지지 않는다면 있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it는 금메달이다. 코치와 데리스에게는 금메달인 it는 사람에 따라 돈, 명예, 사랑 등 여러 가면을 쓰고 다가가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개개인이 손에 넣고자 갈망하는 ‘그 무엇’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손에 넣으면 더 꽉 찬 인생을 살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무엇’을 얻으면 진정으로 채워질까?
모든 걸 가진 ‘완벽한’ 사람들은 충만한 삶을 누릴 것 같지만 그들은 여전히 목말라 한다. 가슴속이 샘물처럼 스스로 채워지지 않는 한 부족한 그 2%는 채울 수 없다.
스스로 채우는 방법을 깨달은 ‘득도’한 사람은 ‘it’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하산’해도 될 것이다. 난 어떤가? Am I enough without it? 그게 없어도 채워져 있나? 난 어디쯤 와 있을까? 이제 막 산을 올라가기 시작한 것인지 중턱인지 잘 모르지만, 내가 가는 발길에도 ‘Cool runnings’ 하고 싶다. ‘Cool runnings’는 자메이카 특유의 영어. ‘Have a safe trip’(안전한 여행이 되세요)이라는 의미. 필자는 영화 속 데리스의 설명이 더 마음에 든다. ‘Peace be the journey’(가는 발길에 평화가 깃들기를).
‘쿨러닝’은 실화의 뼈대에 픽션의 살을 붙인 영화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88캘거리 동계올림픽 출전 이후 매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해왔는데, 1994년에는 봅슬레이 4인 종목에서 미국 팀보다 우수한 14위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 영화는 극중 코치로 출연한 배우 존 캔디의 유작이기도 하다. 그가 떠난 길에도 ‘Cool runnings’.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
▼영화 대본▼
Coach: You see Derice, I had made winning my whole life, and when you make winning your whole life, you have to keep on winning, no matter what. You understand that?
Derice: No, I don’t understand, coach. You had two gold medals. You had it all.
Coach: Derice, a gold medal is a wonderful thing. But if you’re not enough without it, you’ll never be enough with it.
코치: 데리스, 내 인생에선 승리가 전부였었어. 평생 그렇게 살다 보면 계속 이겨야만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이야. 내 말 이해되나?
데리스: 아뇨, 이해 안돼요. 금메달도 두 개 따셨고 모든 걸 다 가졌었잖아요.
코치: 데리스, 금메달은 참 좋은 거야. 하지만 그게 없어서 채워지지 않는다면, 있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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