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은 6200만 달러(약 620억 원)에 이르는 러시아 유전회사 인수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려 했던 것일까.
철도청이 담보 없이 은행에서 계약금을 대출받은 과정은 물론 준비 없이 잔금 지급 기일을 맞은 점에 이르기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철도청은 러시아 페트로사흐사(社) 인수를 추진하던 지난해 8월 말 우리은행에 계약금 용도로 620만 달러(약 62억 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철도청은 담보 대신 청장 명의의 간접지급보증서(확약서)를 은행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8일 “당시 법무법인에 문의한 결과 확약서가 법적 효력이 있다는 답을 받았다”며 “우리은행이 철도청의 주거래은행인데 정부기관이 보증을 서면 대출을 해 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간접지급보증서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철도청은 대출심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니트로알파에코사와 페트로사흐사의 인수 계약을 정식 체결했다.
그런데 철도청은 그 직후 페트로사흐사 및 유전에 대한 실사와 사업수익성 검토 등을 담당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갑자기 모두 바꿨다. 9월 5일경 회계법인을 바꾼 데 이어 10일 법무법인을 기존의 S법인에서 O법인으로 변경한 것.
O법인 측은 “철도청의 한 인사가 개인적인 인연으로 우리 법인에 이 건을 맡겼을 뿐 정치권이나 은행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달 15일 우리은행은 대출을 승인했으며 실제 대출금 지급은 2주 후에 이뤄졌다.
계약금 지급 이후 철도청이 잔금 5580만 달러(약 558억 원)의 조달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잔금 지급 기일(2004년 11월 15일)을 맞았다는 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지급 기일까지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서 계약은 파기됐지만 만약 지급 기일 만료 직전이라도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떨어졌다면 잔금을 보내 줘야 했던 상황이었다. 철도청은 이와 관련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었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러시아 유전개발의혹 진상조사단은 8일 “철도재단이 지난해 9월 14일 우리은행에 공문을 보내 ‘한국크루드오일(KCO)의 민간인 지분을 인수해 총 95%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다음 날 우리은행은 대출승인 결정을 내렸다”며 “그러나 실제 철도재단이 KCO의 지분 95%를 확보한 날짜는 16일이었으며 우리은행도 대출승인 이틀 뒤인 17일 이를 확인했으나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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