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욱 前부장 파리서 납치 양계장 분쇄기로 살해했다”

  • 입력 2005년 4월 11일 18시 42분


김형욱(金炯旭·사진)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파리 교외의 양계장에서 닭 사료 분쇄기에 넣어져 끔찍하게 살해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79년 파리에서 일어난 김 전 부장 실종 사건은 지금까지 26년간 미제(未濟)로 남아있다.

주간지 시사저널 11일자는 당시 김 전 부장을 암살했다는 중앙정보부 특수비선공작원 출신 암살조장 이모 씨와의 인터뷰를 싣고 “김 전 부장이 파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납치된 뒤 파리 교외 양계장의 분쇄기에 넣어져 닭 모이로 처리됐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파견돼 특수 암살훈련을 받았던 이 씨와 곽모 씨가 한 조가 돼 김 전 부장을 암살했다.

이 씨는 인터뷰에서 “1979년 10월 7일 밤 우리는 파리의 한 카지노에 딸린 레스토랑 앞에서 약간 취한 김형욱을 마취시켜 미리 답사해 둔 파리 북서쪽 4km 외곽의 한 양계장으로 데려갔다”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계장 사료 분쇄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1979년 초 청와대 별관에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는 이 씨는 “(박 전 대통령이) 그냥 김 전 부장에 대해 ‘나쁜 놈이로구나. 내가 믿었던 김형욱 이놈이 나쁜 놈이로구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만 그 밑에서 꾸미는 일은 우리 스스로 했다.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가 지시하고 의논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부장이 서울로 납치돼 차지철(車智澈) 당시 대통령경호실장에게 살해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 씨는 “프랑스 정보기관과 경찰을 우습게 아는 상상일 뿐이다. 항공편으로 가면 어떤 식으로든 다 체크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배편으로 벨기에로 가서 육로로 파리로 가는 루트를 택했다”고 일축했다.

한편 ‘김형욱 회고록 4부’를 집필 중인 김경재(金景梓) 전 민주당 의원은 11일 “‘양계장 살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여러 가지 설 중 하나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모 언론사 파리주재 특파원을 지낸 박모(71) 씨는 “김형욱은 당시 파리주재 한국대사관 고위 인사들이 외국의 살인청부업자에게 시켜 살해한 뒤 센 강에 시체를 버렸다”며 양계장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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